이슬람권 최대기구 OIC, 말레이시아 KL정상회의 '비판'

입력 2019-12-19 20:47
이슬람권 최대기구 OIC, 말레이시아 KL정상회의 '비판'

KL회의, 반(反)사우디 이슬람국가 '외교의 장'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인 이슬람협력기구(OIC)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18∼21일 연 '쿠알라룸푸르 정상회의'(KL 정상회의)를 비판했다.

OIC의 유세프 알오사이민 사무총장은 18일 낸 성명에서 "OIC의 약화는 곧 이슬람권과 무슬림이 약해진다는 뜻이다"라며 "OIC의 틀을 벗어난 이슬람권의 회의와 만남은 이슬람의 이익에 어긋나고, 특히 세계가 여러 갈등을 겪는 이 시점엔 더 그렇다"라고 주장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이 행사에 전 세계 이슬람국가 정상과 이슬람 지도자·학자를 초청했다.

OIC 57개 회원국(팔레스타인 포함)에도 초청장을 보냈지만 이 가운데 20여 곳만 참석했다. OIC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본부가 있는 조직으로, 사우디가 의제와 예산, 공식 입장 등을 주도한다.

KL 정상회의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불참했지만 이란, 터키, 카타르 등 사우디와 관계가 좋지 않은 이슬람 국가는 정상이 직접 참석해 자국의 목소리를 내는 외교의 장이 됐다.

특히 이란과 카타르는 사우디가 국제무대 밖으로 고립하려는 터라 사우디는 이런 정상회의가 불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사우디의 압박으로 파키스탄과 같은 이슬람 국가가 불참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19일 개막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국의 경제 테러리즘(제재)에 맞서 이슬람권이 함께 손을 잡고 맞서야 한다"라며 "이슬람권끼리 금융 거래를 강화해 달러 지배를 대체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란은 미국의 일방주의를 버티고 저항하는 좋은 역할 사례가 됐다"라며 "이슬람혁명 이후 40년간 이란은 자랑스럽게 (미국의) 테러리즘, 전쟁, 제재라는 '공포의 삼각파도'를 견뎌냈다"라고 연설했다.

이슬람의 종주국이자 '두 성지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사우디는 이 행사가 OIC를 대체하려는 저의가 있다면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KL 정상회의의 의장을 맡은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총리는 개회식 전날인 17일 살만 사우디 국왕에 전화해 이슬람권의 통합에 기여하는 OIC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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