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상소 기구 마비시켜 놓고…"미국, 상소 제기"
WTO 사무총장, 1차 고위급 협의 열었지만 대안 못 찾아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대법원' 역할을 하는 상소 기구를 마비시킨 미국이 상소를 제기했다. 상소 기구의 기능이 정지된 이후 처음이다.
WTO 관계자는 18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이 인도산 열연 탄소강 제품에 대한 WTO 판결에 대해 공식적으로 상소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열연 탄소강 제품에 부과하던 불법적인 관세를 적절하게 변경하지 않았다는 WTO의 판단에 불복한 것이다.
상소 기구가 미국의 보이콧으로 판사 역할을 하는 상소 위원을 임명하지 못해 정족수 부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도 상소한 것이다.
상소 기구는 WTO 규정상 위원 3명이 분쟁 1건을 심리하고 있는데, 후임 인선이 막히면서 지난 11일부터 상소 위원이 1명만 남게 됐다.
일각에서는 상소 기구 마비로 상소를 하면 오히려 앞선 재판부의 판결 역시 효력을 갖기 어렵다는 점을 미국이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상소 기구의 기능이 정지되면서 2심으로 구성된 분쟁 해결 절차 전체가 흔들리게 되자 WTO는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호베르투 아제베두 WTO 사무총장은 지난 13일 주요 회원국 관계자와 대안을 모색하는 1차 고위급 협의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뾰족한 묘수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기가 10일부로 만료된 상소 위원 2명은 남은 1명과 함께 상소 기구에서 이미 심리를 시작한 3건에 대해서라도 마무리를 하고 싶다며 데이비드 워커 WTO 분쟁해결기구(DSB)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WTO 회원국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이 아직 나오지 않자 각자도생 방안을 알아보는 곳도 나오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은 국제 무역 규정을 위반하는 국가에 독자적으로 대항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WTO 관계자는 "내년 1월 1일이면 WTO 출범 25주년이지만 아직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행사는 없다"며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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