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담배회사, 흡연연령 상향에 찬성…"가향 전자담배 구출 꼼수"

입력 2019-12-18 14:46
美담배회사, 흡연연령 상향에 찬성…"가향 전자담배 구출 꼼수"

"쥴랩스·알트리아, 가향 전자담배 전면 퇴출 피하려 구매연령 인상 지지"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미국에서 담배를 구매할 수 있는 최소 연령이 18세에서 21세로 상향될 예정인 가운데 울상을 지어야할 것 같은 대형 담배회사들이 오히려 환영하고 나섰다. 꿍꿍이가 뭘까.

17일(현지시간) AP통신은 지난 1년간 글로벌 담배 회사인 알트리아와 미국 최대 전자담배 제조업체인 쥴랩스가 담배 구매 연령을 올리는 의회 조처의 가장 큰 지지자로 거듭났다고 보도했다.

이들 회사는 일명 '담배21법'을 옹호하는 광고와 로비스트들로 그간 미국 의회를 완전히 뒤덮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쥴랩스는 올 초부터 9개월간 사용한 로비 자금이 310만 달러(약 36억원)에 달한다. 쥴랩스의 지분 35%를 보유한 알트리아는 올해 740만 달러(약 86억원)를 '담배21법' 로비 활동에 썼다.

담배 업체들이 이처럼 이율배반적으로 보이는 행동에 나선 이유는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정부 조처를 미리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담배 구매 연령 인상을 감수하는 대신, 가향 담배 판매 전면 금지 등 막대한 피해를 주는 조처를 막겠다는 계산이다.

미국 비영리단체인 '담배 없는 아이들을 위한 캠페인'의 매슈 마이어스 회장은 "알트리아와 쥴은 다른 조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기 위해 연령 상한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정부자료에 따르면 고등학생 네명 중 한명이 주기적으로 전자담배를 피운다고 밝히는 등 미국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달콤한 맛을 첨가한 가향 전자담배가 청소년들의 흡연율을 높이는 주범으로 꼽히자, 지난 9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가향 전자담배를 시장에서 퇴출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전자담배 업계와 규제에 반대하는 보수단체의 로비 속에 트럼프 대통령은 전자담배의 구매 가능 연령을 만 18세에서 21세로 상향 조정시키는 것으로 슬그머니 한발 후퇴했다.

보건 단체들은 술도 판매 연령 제한을 두지만 미성년자들의 음주를 막지 못하듯 담배 구매 연령 상향 조정의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마이어스 회장은 "가향 담배 자체를 퇴출하지 않으면 전염병과 같은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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