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IT업계, '화웨이와 거래' 정부 추가규제 반대 로비"
"안 팔면 다른 곳에서 구할 수 있어 거래처 빼앗긴다"
체코, '화웨이 안보 위협 경고' 정보수장 해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한 자국 기업의 제품 판매를 막기 위해 추가 규제를 검토하는 것과 관련, 미국 정보기술(IT)업계가 반대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8일 전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반도체, 소프트웨어 분야 등의 산업 협회들이 최근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에게 규제 검토 움직임에 대해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는 지난 5월 안보 우려를 이유로 화웨이를 사실상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 명단'에 올리고, 미국산 제품과 미국기술이 포함된 일부 해외 생산 품목을 화웨이에 파는 것을 제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미국 정부의 현행 '최소 허용(De minimis) 조항'에 따르면 제품 제조과정의 75% 이상이 미국 밖에서 이뤄졌음을 입증할 수 있으면 규제의 예외로 인정된다. 미국 업체들은 이 조항을 이용해 화웨이와의 거래를 이어왔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 미국 정부는 이 기준을 90%까지 끌어올리고 제한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이르면 내년 1월 중 새로운 조치가 발표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 대변인은 "로스 장관이 미국반도체산업협회(SIA)와 만나 의견을 들었다"면서 이는 통상적인 절차이며 업체 측의 구체적 제안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존 뉴퍼 SIA 회장은 이달 초 로스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규제에 따른 잠재적 피해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줄 것을 요청했다.
IT업체들은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로 미국만 힘들어진다면서 "미국 업체들이 화웨이에 공급하는 부품 다수는 다른 곳에서도 구할 수 있다. 미국 업체들은 해외 경쟁업체에 거래를 빼앗길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한편 미국의 화웨이 제재를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동유럽 체코에서는 최근 화웨이의 안보상 위협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던 정보당국 수장이 해임됐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체코 현지매체를 인용, 안드레이 바비스 체코 총리가 두산 나브라틸 사이버·정보 안보청장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바비스 총리는 해임 사유로 나브라틸 청장의 경험 및 관리능력 부족 등을 꼽으며, 해임이 내각 만장일치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나브라틸 청장은 사이버·정보 안보청 홈페이지에 발표한 성명에서 해임 사유에 대해 "놀랐다"면서도 추가적인 언급은 자제했다.
사이버·정보 안보청은 지난해 12월 화웨이와 중싱(中興·ZTE)의 안보상 위협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사이버·정보 안보청 대변인은 지난 3월 이러한 보고서가 미국의 압력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부인하면서, 자신들의 조치로 "화웨이뿐만 아니라 미국 당국도 놀랐다"고 말한 바 있다.
밀로스 제만 체코 대통령은 4월 중국 방문 중 화웨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런정페이(任正非)를 만나 관련 의혹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이번 해임이 중국 기술에 대한 경고와 관련 있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미·중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유럽에서 화웨이 기술을 둘러싼 충돌이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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