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해 사과문' 낸 삼성, '무노조 경영' 노선 바꾸나

입력 2019-12-18 10:54
수정 2019-12-18 14:13
'노조와해 사과문' 낸 삼성, '무노조 경영' 노선 바꾸나

노사문화 근본 틀 바꿀 듯…'사회적 가치에 맞는 노사관계 정립' 의지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삼성이 18일 '노조 와해'와 관련한 사과문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기존의 노사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005930]와 삼성물산[028260]은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혐의로 기소된 삼성전자 이상훈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부사장이 전날 법정구속 되는 등 26명에게 유죄가 인정된 것과 관련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재발 방지를 다짐했다.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재판 1심 판결에서 일부 유죄 판결이 났지만, 관련 임직원들은 무죄를 주장하고 있으며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이 이런 입장문을 낸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나온 삼성의 이날 발표 가운데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법리적 차원을 떠나 변화하는 사회적 가치에도 부합하는 노사 관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전향적인 취지로 해석된다.



삼성은 '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무노조 경영'을 고수했으며 이는 노조 와해 혐의로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유죄 판결을 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삼성은 "비노조 정책은 임직원의 권익과 복리 증진에 대한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보장의 취지"라며 직원들도 이를 받아들였다는 점을 내세워왔다.

안팎의 비판이 이어지자 삼성은 2012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기재됐던 '노조를 조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이라는 '비노조 정책' 표현을 '근로자 대표를 경영 파트너로 인식한다'는 내용으로 바꾼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시민단체 등은 삼성이 비노조를 고수하고 있으며 노조를 탄압한다는 지적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삼성의 발표는 노조탄압 논란이 재연되지 않도록 기존의 노사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노조 문제가 제기된 해당 회사 차원을 넘어 삼성 계열사 전체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가 설립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SDI[006400], 삼성생명[032830], 삼성증권[016360], 에버랜드, 에스원[012750] 등이다.

가장 최근에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삼성전자 노조가 지난달 16일 공식 출범했다. 삼성전자에는 3개의 소규모 노조가 있었지만, 양대 노총 산하 노조가 들어선 것은 지난달 설립한 노조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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