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성직자의 성적 학대 관련 비밀 유지법 폐지

입력 2019-12-18 01:08
교황, 성직자의 성적 학대 관련 비밀 유지법 폐지



(제네바=연합뉴스) 임은진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현지시간) 사제들의 잇따른 성적 학대 사건과 관련해 바티칸의 비밀 유지법을 폐지했다고 dpa 통신이 보도했다.

교황은 자신의 83번째 생일이기도 한 이날 공식 명령서를 발표하고 특정한 범죄 행위에 대한 고발과 재판, 결정 등이 있을 경우 비밀 유지법이 더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정 범죄에는 미성년자와 취약 계층에 대한 성적 학대, 아동 포르노 등이 포함된다.

교황은 비밀 유지는 계속 적용돼야 하지만 민법에서 정한 의무 이행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사제들의 위법 행위에 대한 국가 당국의 조사가 이전보다 수월해질 전망이다.

교황청에서 사제들의 성적 학대 사건을 조사해온 찰스 시클루나 몰타 대주교는 '바티칸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가장 높은 수준의 투명성이 실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밀 유지는 (국가) 당국이나 희생자들과 (위법 행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원치 않는 교회 관계자들에게 더는 변명이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교황은 이날 성직자가 성적 만족감을 위해 아동 포르노 사진을 획득하거나 소지, 배포하는 행위에 대한 교회의 규정을 한층 더 강화했다.

더불어 다른 남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루이지 벤추라 프랑스 주재 교황청 대사의 사임도 승인했다.

다만 벤추라 대사의 사직서는 그의 성추행 혐의와 관계없이 성직자의 은퇴 연령인 75세에 맞춰 수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번 명령은 수십 년 동안 자행된 사제들의 성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바티칸 교황청의 노력 가운데 하나라고 dpa는 평가했다.

앞서 교황청은 미국, 호주, 칠레, 아일랜드, 독일, 폴란드 등 서구 사회 곳곳에 가톨릭 사제들이 과거에 저지른 아동 성 학대와 성 학대 은폐 사례들이 잇따라 수면 위로 떠오르며 파문이 일자 각국 가톨릭교회에 미성년자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원칙을 마련할 것을 권고해 왔다.

올해 2월에는 각국 천주교 최고 의결 기구인 주교회의 의장들을 교황청으로 소집해 회의를 개최하고 교황청에서도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적절한 지침을 마련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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