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정부집회 사진 올렸더니…태국서 '왕실모독 논란' 직장인 사직
욕설 손팻말이 라마9세 초상화와 나란히 찍혀…왕당파 "인간쓰레기들"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지난 주말 방콕 도심에서 야당 주최로 열린 반정부 집회에서 찍은 사진이 '왕실 모독 논란'에 휩싸이면서 한 집회 참가자가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온라인 매체 카오솟에 따르면 '모노 29 뉴스' 채널을 운영하는 모노 그룹측은 이날 성명에서 자사 방송국 직원 한 명이 주말 반정부 집회에서 한 부적절한 행동에 비판에 제기된 데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삠차녹 푹숙이라는 이 여성은 당시 지상철인 BTS 역사와 쇼핑몰을 잇는 고가 통로에서 현 정부를 독재라고 비판한 '욕설 손팻말'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그러나 이 '욕설 손팻말'이 근처 미술관 외벽에 걸린 태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푸미폰 아둔야뎃 전(前) 국왕(라마 9세)의 대형 초상화와 나란히 찍힌 것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그의 친구들이 왕실과 관련한 농담조의 댓글을 사진에 단 게 사태를 더 키웠다.
이 사진은 평소에도 페이스북 등 SNS 게시물을 검색하면서 왕실에 대한 부적절한 내용을 적발해 내는 왕실 지지자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이들 중 라마 5세의 먼 친척으로 알려진 한 인사는 페이스북에 직장을 포함해 삠차녹과 그 친구들의 신상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들을 비난해야만 한다. 이 '인간쓰레기'들의 이름을 기억하자"라고 언급했다.
이에 모노 그룹은 해당 직원의 사직서 제출을 전하는 성명을 통해 온라인에서 그에 대한 괴롭힘은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왕실 지지자들은 "해고당해 마땅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너무 가볍다. 징역형을 당해야 마땅하다", "그에 대해 전혀 동정을 느끼지 않는다. 당분간 아무도 그를 고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태국 왕실의 권위는 어느 입헌군주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 왕가에 대한 부정적 묘사 등은 왕실모독죄로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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