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2019] 리더십 부재·양강대립 속 세계질서 격변

입력 2019-12-18 07:10
[결산2019] 리더십 부재·양강대립 속 세계질서 격변

미국, 자국 우선주의에 안보·경제·환경 등 글로벌 공조체계 '흔들'

위기의 동맹…'뇌사' 논란 나토, '방위비 갈등' 한미일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강건택 기자 = 지구촌의 2019년은 여느 해와 다름없이 격동의 한 해였다.

미국이 고립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더 고집하면서 안보, 경제, 환경 등의 국제 공조 시스템이 흔들렸다.

미국의 일방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는 글로벌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격화시켰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한국·미국·일본 등 동맹의 위기를 초래했다.

국제사회의 리더십 부재는 이런 혼란을 더 가중하고 풀기 어렵게 만들었다.

◇ 미국 일방주의…흔들리는 다자협약·중동 혼란

미국의 일방주의는 기존 질서와 다자협약에 위기를 가져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는 지난해 주요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한 핵 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돌연 탈퇴한 뒤 제재를 복원하고 올해도 이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 성장 동력인 원유 수출이 사실상 차단되고 달러 결제망 퇴출로 보유 외환까지 급감해 비상이 걸렸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란이 궁지에 몰리면 군사행동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합의 당사국들을 비롯한 다수 국가는 미국의 합의 탈퇴와 제재 복원에 반대했다.

미국은 지난 3월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무단 점령하고 있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의 영토로 선언한 데 이어 11월에는 요르단 서안의 정착촌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41년 만에 외교적 입장을 뒤집었다.

자국 이익을 위한 미국의 일방적 결단이나 책임 회피는 시리아에서도 나타났다.

미국은 동맹군들과 함께 극단주의 무장세력 격퇴를 했던 시리아에서 갑자기 군대를 철수한다고 선언해 터키의 시리아 침공을 유도했다.

시리아는 이란, 러시아, 터키, 이스라엘 등 주변국들이 세를 겨루는 아수라장이 돼 가고 있는 등 중동의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 절차에도 돌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1월 탈퇴 절차를 개시해 내년 11월 완료할 예정이다. 협약 집행을 보증할 수 있는 미국이 가장 먼저 발을 빼면서 파리협약은 큰 동력을 상실했다.



글로벌 통상질서를 유지해온 세계무역기구(WTO)도 무력화됐다.

WTO의 대법원 격인 상소기구는 미국이 신규 위원의 임명을 계속 거부해 위원 7명 중 6명의 후임이 없게 됐다.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것이다.

미국은 WTO 때문에 중국이 부당한 경제이익을 취하고 있다며 개혁을 촉구하며 탈퇴까지 거론해왔다.

한때 '슈퍼 파워' 역할을 했던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만 충실하면서 여러 나라의 충돌하는 이익과 다양한 요구를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이 사라졌고 국제기구나 협약도 미국의 일방주의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 G2의 대립…정치·경제·군사 곳곳에서 충돌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올해도 계속됐다.

가장 치열한 부분은 경제였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3월 "불공정 무역을 바로 잡겠다"며 중국을 표적으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본격화된 양국 간 무역전쟁은 올해도 관세를 주고받는 난타전으로 전개됐다.

이달 15일로 예정됐던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직전에 양국이 1단계 합의를 이뤘지만, 외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산업보조금 지급, 무역합의 이행강제장치 등 핵심 쟁점은 해결 안 돼 2단계, 3단계 협상이 원만하게 끝나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양국은 홍콩 시위 등 정치적 문제에서도 맞섰다.

미국 의회는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원하는 '홍콩 인권과 민주주의 법'을 제정했고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미국이 중거리핵전략조약(INF)을 파기한 뒤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지면서 중국은 러시아와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는 등 긴장하고 있다.

◇ 단결 느슨해지는 동맹들



동맹 관계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안보 동맹을 지속해온 나토는 기능이 마비됐다는 혹평을 받았다.

나토의 핵심국 중 하나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결속력 부족을 지적하며 "나토가 뇌사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독일을 비롯한 다른 회원국들은 뇌사론이 과장됐다고 비판했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나토가 안보 동맹으로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았다.

동북아시아에서는 미국이 한미동맹, 미·일 동맹을 토대로 공을 들여온 한미일 안보 협력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는 일차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에 방위비 분담금을 터무니없이 4∼5배 증액해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미일 안보협력체계는 한일 경제전쟁 때문에도 약화 우려가 제기됐다.

안보 측면에서 협력 관계였던 한국과 일본은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이유로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하자 한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계획으로 응수하면서 사이가 불편해졌다.

지소미아 조건부 연기로 군사정보 공유에 균열이 발생하지 않았지만 한일 간 소원해진 관계는 아직 봉합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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