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배경으로 '브렉시트' 풍자…이탈리아 작가 비판 도마

입력 2019-12-17 03:21
아우슈비츠 배경으로 '브렉시트' 풍자…이탈리아 작가 비판 도마

이탈리아 내 유대인 단체 "위험한 실수…대학살 악몽 떠올리게 해"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한 카툰 작가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의 현장인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를 차용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묘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카툰 작가인 마리오 임프로타는 최근 영국의 총선 결과를 소재로 한 풍자 카툰을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했다.

이 그림은 한 남성이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을 쥐고 기쁜 표정으로 '유럽연합'(Union Europea)이라고 표시된 문을 뛰쳐나오는 장면이 묘사돼있다.

보수당을 이끄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최근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내년 1월 31일로 예정된 영국의 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이행이 급물살을 타게 된 정치적 상황을 빗댄 것이다.

문제는 그림의 뒷배경이다. 2차대전 당시 수백만 명의 유대인들이 나치 독일군에 의해 몰살당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와 흡사하다.

존슨 총리를 묘사한 남성의 복장도 유대인들이 수용소에서 입었던 줄무늬 옷이다.

수용소 입구에는 원래 'Arbeit macht frei'(노동이 그대를 자유롭게 하리라)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그림에는 이것이 유럽연합이라는 글자로 대체됐다.

이 카툰은 공개되자마자 이탈리아 내 유대인 사회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을 불렀다.

로마의 유대인단체는 "아우슈비츠를 활용한 풍자는 위험한 실수"라며 "그 누구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그 기억을 끄집어낼 순 없다"고 비판했다.

아우슈비츠 기념재단도 트위터에 문제의 카툰을 포스팅하면서 작가의 몰상식과 홀로코스트에 둔감한 정서를 정면으로 지적했다.

이 재단은 "'Arbeit macht frei'는 나치 친위대가 유대인들에게 던진 냉소적 환상이며, 증오감 가득한 인간을 상징하는 아이콘 가운데 하나"라면서 "이러한 표현 방식은 피해자들에게 당시의 악몽을 떠오르게 하고 고통을 주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임프로타와 공동으로 학생들을 위한 교육 자료를 제작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라지 시장은 임프로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협업 취소를 통보했다고 한다.

임프로타가 정확히 어떤 의도로 해당 카툰을 그렸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논란이 확산하자 이를 다른 배경으로 다시 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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