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병원 이국종 교수 제자…절단 위기 장병 팔 살렸다"

입력 2019-12-17 06:13
수정 2019-12-17 10:54
"軍병원 이국종 교수 제자…절단 위기 장병 팔 살렸다"

군부대서 팔 절단된 장병, '수액 줄로 혈류 유지' 수술 첫 성공

수술 10일만에 팔 감각 일부 회복…국군외상센터 "민간환자로 진료 확대"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지난 6일 오후 4시 30분. 강원도 춘천의 항공부대에 복무 중인 김모(21) 상병은 후진하던 유조 차량이 후미 차량과 충돌하는 것을 왼팔로 막다가 팔 전체가 차량 사이에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김 상병의 왼팔은 뼈, 근육, 혈관이 모두 끊어졌다.

사고는 바로 군 의무사령부(석웅 의무사령관) 의료종합상황센터에 접수됐고, 센터는 즉시 헬기를 이용해 국군수도병원에 긴급 후송키로 결정했다. 그사이 부대에서는 소속 군의관(진원영용 대위)이 김 상병의 과다출혈을 막기 위해 응급처치를 시행했다.

김 상병이 헬기를 타고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사고 발생 1시간여가 지난 오후 5시 37분이었다.

국군수도병원은 이미 의료종합상황센터로부터 김 상병에 대한 브리핑을 받고 검사실과 수술실 준비를 모두 끝낸 상황이었다. 김 상병은 컴퓨터단층촬영(CT)과 혈액검사, 마취를 거쳐 수술실로 곧바로 이송됐다.



"차량 사이에 낀 왼팔 상완부(윗팔뼈)가 완전히 짓눌리면서 동맥 1개와 정맥 2개가 각각 10㎝가량이나 끊어져 있었다. 심지어 근육이 부풀어 오르는 '구획증후군'이 동반돼 맨눈으로 손상 부위를 찾기도 힘들 정도였다. 팔 내부의 뼈와 혈관은 모두 끓어지고, 피부만 붙어 있었던 셈이다."

수술을 집도한 이호준 소령(국군외상센터 외상진료팀장.37)은 심각했던 당시를 이같이 떠올렸다.

이 소령은 우리나라 최고의 외상 전문의로 통하는 아주대병원 외상센터 이국종 교수의 제자다. 이 교수와 함께 외상환자를 치료해오다 올해 3월 국군수도병원 외상센터로 자리를 옮겼다. 2017년에는 공동경비구역(JSA)으로 귀순하다가 총상을 입은 북한 군인을 이국종 교수와 함께 수술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번 수술에는 이 팀장 외에도 동료 전문의 5명과 간호사 10여명이 참여했다. 당시 다른 병원에 파견 중이던 한 간호사는 비번임에도 야간에 달려올 정도로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환자를 대한 의료진의 고민은 컸다. 김 상병의 팔을 절단할지, 이어붙일지 판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이처럼 외상이 심한 환자의 팔을 이어붙인 경우는 없었다.

더욱이 끊어진 혈관은 6시간 안에 이어붙여야 괴사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끊어진 끝을 찾기도 힘든 상황에서 혈관 3개를 모두 복구하려면 시간을 벌어야만 했다.



이런 긴급한 상황 속에서 이 소령은 미군 의료진과 함께했던 학회 때 배운 '수액 줄'을 떠올렸다. 수액 줄을 혈관에 넣어두면 혈관을 이어붙이는 수술이 끝날 때까지 임시로 혈류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의료진은 바로 손목 요골동맥(위팔동맥에서 갈라져 팔 아래쪽의 바깥쪽 부위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을 절개한 틈으로 가느다란 관(카테터)을 넣어 끊어진 혈관의 끝을 찾고, 그 사이를 수액 줄로 이어붙였다.

그러는 사이 다른 의료진은 김 상병의 오른쪽 허벅지에서 '대복제 정맥'(안쪽 발목에서 서혜부까지 이어지는 혈관)을 30㎝가량 가져와 끊어진 혈관 3개를 차례로 연결했다.

총 12시간이 넘는 대수술이 끝난 건 이튿날 아침이었다. 이 소령이 주도한 외상팀은 아침 7시 6분에 수술 주변에 대한 감염 예방을 위해 항생제가 들어간 시멘트를 삽입하는 것으로 대수술을 마쳤다.

치료를 주도한 이 소령은 "신속한 환자 이송과 수술에 참여한 여러 전문의의 빠른 판단과 조치가 어우러져 김 상병의 왼팔을 이어붙일 수 있었다"면서 "이국종 교수의 제자로 함께 일 하면서 배운 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술 10일이 지난 17일 현재 김 상병의 팔은 일부 감각이 돌아온 상태다. 다만, 완치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신경회복 여부는 최장 1년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게 의료진의 판단이다.

외상팀이 치료에 촌각을 다투는 외상 장병에 대한 치료 성과를 거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도 외상팀은 비슷한 치료 방식으로 손목 절단 장병을 치료했는데, 이 장병은 현재 절단됐던 손목으로 글씨까지 쓸 정도로 상태가 회복됐다. 11월에는 폭발사고로 실려 온 군 장병들이 외상팀의 손을 거쳐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국군 의무사령부는 이번 일을 계기 삼아 군 장병이 어느 곳에서 다쳤어도 항상 헬기를 이용해 신속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군수도병원은 2020년 3월 국군외상센터가 개소하면 군인뿐만 아니라 민간인 환자까지 진료 범위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호성 국군수도병원장(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은 "국군을 우선 치료하기 위한 외상센터지만, 국가의 외상치료 자산으로서 공공의료의 중심 역할을 하자는 뜻으로 민간인 진료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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