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업적' vs '핵심빠져'…中과 무역합의에 엇갈린 美평가
폭스 "트럼프 재선 가능성 높아져", NYT "中 강경론자에 승리 안겨"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미중 1단계 무역합의에 대한 미국 언론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매체나 연구기관은 합의 내용을 극찬하고 있지만 다른 진영에선 포장만 요란한 속 빈 합의란 지적도 나온다.
대표적 친(親)트럼프 성향 매체인 폭스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주 1단계 무역 합의와 미국·멕시코·캐나다(USMCA) 협정을 잇달아 타결한 것을 "재임 중 최대 업적"이라고 14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이 매체는 "두 건의 역사적 무역 합의는 세계 무역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그의 2016년 대선 핵심 공약 중 하나를 이행한 것"이라면서 "이는 그의 재선 가능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폭스방송은 1단계 합의로 미국의 대중 수출이 갑절로 늘 것이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말과 이번 합의의 이행 장치로 중국이 합의를 지키지 않으면 미국이 보복할 수 있다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의 발언도 비중 있게 보도했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 연구소의 존 리 선임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이 부채비율 급증 등 여러 취약점 때문에 이번 협상에서 미국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다는 식의 해석도 내놨다.
그는 "미국이 중국보다 훨씬 더 적응력과 다양성을 갖춘 경제이고 중국 경제는 비효율적이고 비대하며 제 기능을 못 한다"면서 "관세 전쟁이 재개되면 미국보다는 중국에 더 큰 지장을 준다"고 말했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무역정책을 재편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이 지난주를 기해 사실상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국은 10일 멕시코, 캐나다와 기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대체하는 USMCA 수정안에 합의했고 13일에는 중국과 1단계 무역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올해 초까지 백악관 무역 자문역으로 활동한 클레테 윌럼스는 이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첫 3년간의 무역정책이 집대성된 한 주였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기업들이 미국 내에서 제품을 생산하도록 압력을 가해왔는데, 대외 무역정책도 이런 방향과 맥이 닿아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CBS 방송에 출연해 1단계 합의로 중국에 대한 수출이 2017년보다 최소 200억 달러(약 23조5천억원) 늘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이런 특정한 목표치들은 1980년대 미국 정부가 일본에 적용했던 다양한 수입-수출 할당량이 재연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USMCA의 핵심 쟁점이었던 멕시코 내 사업장에 대한 미국의 노동감독관 파견도 "멕시코의 생산 비용을 높여 제조기지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워온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은 USMCA는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미중 1단계 합의에 대해서는 핵심 쟁점이 대부분 빠졌다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뒤로 물러나면서 중국 내 강경론자들에게 승리를 안겨줬다"면서 "이로 인해 무역전쟁은 더 골치 아파지고 길어질 수 있으며 경제 개혁에 대한 중국의 저항도 더 경직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WP는 1단계 합의로 대중 관세가 일부 완화됐지만 무역전쟁으로 인한 미국 기업들의 어려움은 여전하다면서 수혜자로 꼽히는 미국 농업계조차 아직은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에 대한 평가가 이처럼 엇갈리는 가운데 미국 금융시장의 반응도 뜨겁지 않은 편이다.
1단계 무역합의 타결 소식이 전해진 13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를 비롯한 주요 지수는 강보합권에서 거래를 마쳤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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