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명문축구팀 伊 감독, 美제재로 돈 못받아 중도 귀국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프로축구리그(IPL)의 명문클럽 에스테그랄FC의 이탈리아인 감독 안드레아 스트라마치오니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급여를 받지 못하자 시즌 중에 귀국했다.
15일(현지시간) 이란 스포츠 전문 매체에 따르면 스트라마치오니 감독은 급여를 이탈리아 은행의 계좌로 송금받기로 했지만 미국의 금융 제재로 아직 돈을 받지 못했다.
이란 현지 언론은 "에스테그랄FC가 '불투명한 경로'로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했고, 이에 스트라마치오니 감독이 7일 이탈리아로 돌아가 버렸다"라고 전했다.
미국의 금융 제재를 받는 이란에서 서방의 은행으로 외화를 송금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는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밀란을 거쳐 올해 6월 이란 에스테그랄FC의 감독으로 계약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단 측이 송금 문제를 푸는 데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내가 클럽을 떠난 뒤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나는 더는 에스테그랄FC의 감독이 아니다. 구단은 내가 급여를 받았다고 하지만 거짓이다"라고 주장했다.
에스테그랄FC는 그의 지도로 올해 우승을 노릴 만큼 성적이 매우 좋았던 터라 그가 급여 문제로 중도 귀국하자 팬들의 비난은 구단으로 향했다. 일부 팬은 구단 사무실 앞에 몰려가 항의하기도 했다.
이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구단 중 한 곳인 에스테그랄FC에 대한 비난이 폭주하자 급기야 이란 외무차관이 주이란 이탈리아 대사와 주이탈리아 이란 대사에게 그가 일단 이란으로 돌아오도록 설득해달라고 요청하기까지 했다.
이란 의회에서는 그를 잘 대우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란 체육·청소년부는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부당한 미국의 제재 탓에 송금할 길이 모두 막혔다"라며 "그의 급여 가운데 일부는 터키로, 나머지는 이탈리로 송금된 것으로 안다"라고 해명했다.
스트라마치오니 감독은 현재 팀을 떠났지만 복귀 가능성은 열린 것으로 보인다.
14일 감독없이 경기를 치른 에스테그랄FC의 임시 감독을 맡은 주장 브리야 가푸리는 "선발 명단과 게임 중 선수 교체도 스트라마치오니 감독이 이탈리아에서 도왔다. 문제가 빨리 풀려 그가 돌아오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란 현지 매체들은 이르면 16일 그가 이란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보도했다.
스트라마치오니 감독의 에이전트도 "그가 급여를 받는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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