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패장 코빈의 변명…"브렉시트·언론 때문에 총선 패배"
"존슨 '브렉시트 완수'는 사기…거짓 드러날 것" 지적
노동당 내부서도 코빈 비판 커져…"당장 물러나야"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역사에 기록적인 총선 패배를 안긴 제러미 코빈 대표가 개인적인 책임감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 패배 요인으로 브렉시트로 인한 분열, 노동당에 적대적인 언론 환경 등을 탓하는 모습도 보였다.
노동당 내부에서는 코빈 대표가 책임을 지고 당장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코빈 대표는 15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일요판인 옵서버 기고문을 통해 이번 총선 패배와 관련한 소회를 밝혔다.
노동당은 지난 12일 실시된 총선에서 200석을 겨우 넘는 203석을 확보하는 데 그쳐 154석에 그쳤던 1935년 이후 최악의 패배를 겪었다.
'붉은 벽'(red wall)으로 불리며 노동당의 전통적 강세 지역이었던 미들랜즈와 잉글랜드 북부의 여러 지역구를 보수당에 내준 것이 결정적 패배요인이었다.
코빈 대표는 이날 기고문에서 이번 총선 결과에 대해 "지독하게 실망스럽다"면서 "우리는 심한 패배를 했다. 개인적으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총선 결과가 나온 뒤로 노동당 내부에서 그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코빈 대표는 정작 패배 요인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코빈은 노동당의 브렉시트 정책이 유럽연합(EU) 잔류와 탈퇴 지지자 사이에 양다리를 걸친 것으로 보인 것이 대가를 치렀다고 진단했다.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약속한 것도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불안정해진 정치 시스템도 패배 요인 중 하나로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번 총선에서 노동당은 여러 이슈에 대해 옳은 해답을 내놓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축정책과 기업권력, 불평등, 기후위기와 관련해 우리는 논쟁에서 이겼고, 정치적 토론의 용어를 다시 썼다"고 말했다.
만약 브렉시트가 이번 총선을 지배하지 않았다면 노동당이 승리하고 자신은 총리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간산업 국유화부터 대규모 주택 건설 프로그램, 수백만 명의 임금 인상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정책이 인기가 있었다는 점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면서 "문제는 이번에 성공하지 못했는데 미래에 어떻게 성공할지 하느냐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리스 존슨 총리와 보수당의 '브렉시트 완수'(get Brexit done) 메시지는 정직하지 못한 사기였으며, 곧 거짓임이 드러나면서 정치에 대한 신뢰를 더 훼손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코빈 대표는 아울러 언론의 노동당에 대한 공격을 지적하면서, 억만장자가 소유하고 영향을 미치는 언론에 당이 정면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노동당 내부는 이같은 코빈 대표의 인식에 문제가 있다며, 그가 총선 패배에 책임을 지고 서둘러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리엇 하먼 의원은 코빈 대표의 이같은 기고문 내용이 전해지자 "왜 노동당이 이번 총선에서 재앙과 같은 패배를 기록했는지 이해하려는 의지가 없다"면서 코빈 대표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노동당이 신속히 지도부를 교체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도 또다시 패배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코빈 대표 대변인은 빠르면 이번 주 노동당 전국집행위원회에서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절차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빈은 이미 차기 당대표가 선출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빈 대표와 함께 존 맥도넬 노동당 예비내각 재무장관 역시 더이상 예비내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제러미가 좋은 지도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당은 새로운 리더십으로 옮겨가야 할 때"라며 "새 대표가 들어오면 새 예비내각을 꾸릴 것이다. 나는 여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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