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창구서 레버리지·인버스형 신탁 사라질 듯

입력 2019-12-16 06:03
은행 창구서 레버리지·인버스형 신탁 사라질 듯

금융당국 투자자 보호대책 여파

은행 "공모 상품 판매에 주력"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김연숙 기자 = 은행 창구에서 '레버리지', '인버스(리버스)'형 펀드를 기반으로 한 신탁 상품이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내놓은 투자자 보호 대책에 따른 후속 조치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편입하는 신탁상품이 금융당국이 규정한 '고난도 금융상품'에 해당해 판매가 제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파생상품을 담은 복잡한 투자상품이면서 원금의 20% 넘게 손해 볼 가능성이 있는 상품을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정하고, 은행권에서 이들 상품의 사모 형식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대규모 원금손실 논란을 빚은 DLS·DLF가 고난도 금융상품의 대표적인 예로, 이들 상품은 이미 DLF 사태가 불거지면서 현재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판매되지 않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신탁(ELT)은 고난도 금융상품이지만, 조건부로 판매가 허용된다.

당국은 ▲ 기초 자산이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인 5개(한국의 코스피200, 미국의 S&P500, 유럽의 유로스톡스50, 홍콩의 항셍지수, 일본의 닛케이225)이고 ▲ 공모형이며 ▲ 손실 배수가 1 이하인 파생결합상품은 신탁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은행권의 건의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판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품 중 하나가 투자 위험이 큰 레버리지·인버스 ETF 신탁이다.

레버리지 펀드는 기초지수의 변동률에 1.5배나 2배 등 미리 지정한 배율로 수익률의 변동 폭을 키운 펀드, 인버스 펀드는 수익률이 해당 지수와 반대로 움직이는 펀드를 말한다.

예컨대 '2배 인버스 레버리지' 증권투자신탁이라면 기초지수 움직임의 -2배를 추종하는 펀드를 기반으로 한 신탁상품이다. 지수가 1% 하락할 경우 2% 수익률을 내는 구조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들 상품은 고위험·수익 상품으로, 당국에서 명확히 '판매 불가'로 못 박진 않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제한될 것으로 본다"며 "금융투자협회에 문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기초 지수 때문에 판매를 제한받는 신탁상품도 있다. 이번에 허용된 5가지 지수는 은행권에서 가장 많이 쓰는 지수이지만 예외도 있다.

A 은행의 경우 중국 지수 중 하나인 '아이셰어즈 차이나 라지 캡' ETF를 기초로 한 파생결합 신탁(DLT)을 판매하고 있다.

이 은행 관계자는 "기초 지수를 바꾸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라 상품을 재설계하면 된다"면서도 "지수를 한정하는 것은 다양성이나 리스크 분산 효과 면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앞으로 투자상품은 공모상품 위주로 마케팅에 주력할 방침이다.

일부 은행은 원금 80% 보장형 상품을 재설계해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보장성이 높아지면 목표 수익률이 내려가고, 정기예금과 비교해 별 이득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의 요구 등을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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