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극우-좌파 대결 양상 속 '정치 양극화' 경계론 확산
보우소나루·룰라 중심 세물이 본격화…지방선거 앞두고 충돌 가능성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에서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을 축으로 정치 세력이 결집하면서 이른바 '정치 양극화'가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브라질 주요 언론에 따르면 좌파 진영은 부패 혐의로 수감됐던 룰라 전 대통령이 석방된 것을 계기로 빠르게 결집하고 있고, 극우 세력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창당에 맞춰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가 최근 공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4%가 룰라 전 대통령 석방을 공정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공정한 결정이라는 답변은 42%였다.
룰라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돈세탁 혐의로 1심과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으며 2018년 4월 7일 남부 쿠리치바 연방경찰 시설에 수감됐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2심 재판의 유죄 판결만으로 피고인을 수감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하면서 수감 580일 만인 지난달 8일 석방됐다.
룰라 전 대통령은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업고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신이 석방되면서 맡은 임무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이라며 정권 탈환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이 속한 좌파 노동자당(PT)은 230만 명의 당원을 보유한 브라질 최대 정당이다. 하원(전체 513명)에서는 54명의 의원을 가진 원내 1당이며, 상원(전체 81명)에선 의원 6명을 갖고 있다. 전체 주지사 27명 가운데 4명, 전체 시장 5천570명 가운데 256명이 노동자당 소속이다.
룰라 전 대통령은 자신의 석방으로 정치적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정치가 양극화하는 것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과 정면 대결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집권당 역할을 해온 우파 사회자유당(PSL)을 탈당하고 창당을 추진 중인 보우소나루 대통령 측도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사회자유당을 탈당한 뒤 '브라질을 위한 동맹(APB)' 창당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등기소에 당명을 공식 등록했고, 50만명 가까운 유권자들의 서명을 받아 연방선거법원(TSE)에 제출하고 이를 인정받는 절차를 남기고 있다.
다타폴랴의 조사에서 지난해 대선 당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한 유권자의 57%가 사회자유당 탈당과 창당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는 27%에 그쳤다.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지지 기반을 견고하게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제 회복 기대감이 커지면서 정부의 국정 수행에 대한 여론의 평가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브라질을 위한 동맹'이 지나치게 극우 성향을 띨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브라질을 위한 동맹'의 정강 정책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1964∼1985년)에 존재했던 국가혁신동맹(ARENA)보다 더 극우적인 성격을 나타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좌파 진영에서도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노동자당 소속인 북동부 바이아 주의 후이 코스타 주지사는 '정치 양극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특히 보우소나루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무차별적인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코스타 주지사는 노동자당이 급진주의로 흐를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룰라 전 대통령이 지난 2003∼2010년 집권 당시와 같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군중이 동원되는 시위가 빈발하면서 정치·사회적 혼란이 가중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역사적 경험을 고려할 때 이런 상황이 초래되면 최악의 경우 군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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