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도…"과거 안 잊지만 日과 관계 발전"

입력 2019-12-13 16:09
中,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도…"과거 안 잊지만 日과 관계 발전"

미중갈등·중일관계 개선 분위기 속 차분히 치러…최고 지도부 불참

생존자 구술 서적 출간 등 만행 증거 계속 수집…"증거 산더미"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인들이 난징대학살 82주년을 맞아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13일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이날 오전 장쑤성 난징(南京)시에 있는 '난징대학살 희생 동포 기념관'에서 당·정 관계자, 군인, 시민 등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국가 추도식을 열었다.

중국은 2014년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도일을 국가급 행사로 격상해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 추도식이 열리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조기 게양에 이어 난징 전역에 1분가량 방공 경보음이 울려 퍼지면서 추도식이 시작됐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최고위 인사인 황쿤밍(黃坤明) 당 정치국원 겸 중앙선전부장은 추도사에서 "중국인은 역사를 기억하고 과거를 잊지 않는다"며 "평화를 소중히 여기는 가운데 굳건히 평화적인 발전의 길을 걸어나겠다는 염원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황 부장은 과거 일본군이 저지른 죄행은 변하지 않는 역사적 사실이지만 시대가 변한 지금 일본과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의 중국 침략 전쟁으로 3천500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사상했고 난징대학살로 30만명의 동포가 살해당했다"면서 "일본 침략자들의 저지른 죄행은 영원히 역사상의 '치욕의 기둥'에 박혀 있다"고 말했다.

황 부장은 이어 "현재 세계가 100년에 한 번 올지 모르는 큰 변화를 겪는 가운데 중일 양국 간 공통 이익과 관심사는 늘어나고 있다"며 "양국은 역사를 귀감으로 삼아 중일관계를 평화·우호·협력의 올바른 방향으로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작년부터 미국과 전방위 갈등을 겪는 가운데 중일 관계 개선을 도모하면서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 행사를 차분히 치르는 분위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행사에 참석하는 최고 지도층의 격이 내려갔다는 점이다.

국가 행사로 격상된 후 2014년과 2017년에는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직접 행사에 참석했다.

그런데 작년 왕천(王晨) 정치국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에 이어 올해도 같은 정치국원인 황 부장이 참석했다.

중국과 일본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장기간 관계가 나빴지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작년 10월 베이징 방문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외교·통상·군사·인권·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국으로부터 강력한 압박을 받는 중국은 일본 등 불편했던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에 나서면서 외교적 활로를 모색 중이다.

중국이 미래 지향적인 중일 관계를 지향한다지만 '과거를 잊지 않는다'는 원칙은 확고하다.

중국은 70여명밖에 남지 않은 난징대학살 생존자들의 구술을 묶어 계속해서 중국어, 영어, 일본어 책으로 펴내는 등 과거 일본이 저지른 만행의 증거를 집요하게 수집하고 관리하고 있다.

황 부장은 "난징대학살은 깜짝 놀랄 반인륜 범죄로서 인류 역사에서 매우 어두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며 "증거는 산더미 같이 쌓여 절대로 바꿀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군은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1937년 12월 13일부터 이듬해 1월까지 국민당 정부의 수도이던 난징시를 점령하고 군인과 남녀노소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살육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중국은 당시 30만명이 넘는 이들이 희생당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극우세력을 중심으로 여전히 난징대학살을 부정하거나 희생자 규모를 축소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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