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 확산 이유로 극우단체 계정 차단한 페이스북 伊법원서 패소

입력 2019-12-13 03:46
증오 확산 이유로 극우단체 계정 차단한 페이스북 伊법원서 패소

법원 "계정 차단으로 정치활동 제약"…위자료로 약 1억원 지불할듯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네오파시즘을 추종하는 이탈리아 극우 정치단체 '카사파운드'(CsasPound)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ANSA 통신 등에 따르면 로마 민사법원은 12일(현지시간) 카사파운드가 낸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차단 조치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이 단체가 SNS에서 타인에 대한 증오를 노골적으로 표출한다고 판단해 지난 9월 초 계정을 차단했다.

당시 페이스북은 "인종 차이 등에 기반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증오를 확산하는 개인 또는 조직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발을 붙일 수 없다"고 밝혔다.

실제 카사파운드는 24만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페이스북 등을 통해 수시로 인종차별적 글과 사진을 포스팅해 증오 범죄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하지만 법원은 페이스북의 계정 차단이 지나친 대응이라고 판단했다. 페이스북이 차단됨으로써 카사파운드가 정상적인 정치 활동에서 배제되거나 심각하게 제약을 받았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위자료 명목으로 계정이 차단된 일수를 계산해 하루 800유로(약 106만원)씩 카사파운드에 지급하라고 페이스북에 명령했다.

폐쇄 당일부터 약 100일이 지난 점을 고려하면 위자료 총액은 8만유로, 우리 돈으로 약 1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법원은 소송 비용 1만5천유로(약 2천만원)도 페이스북에서 지불하도록 했다.

페이스북 측은 법원의 판결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카사파운드는 파시즘 창시자인 베니토 무솔리니를 옹호하는 음주 동호회를 기반으로 1990년대 설립됐다.

단체명은 파시즘을 찬양하며 반유대주의 성향을 드러낸 미국인 시인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 1885∼1972)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한다.

이 단체는 설립 초반 파시즘에 동조하는 당 강령으로 일찌감치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4월엔 현직 시의원을 포함한 당원 2명이 여성을 집단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현지 정가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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