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건물 뛰어올라 주민 구한 아프리카 청년, 스페인서 찬사
미담 주인공은 세네갈 출신 20세 미등록 이주민…정부, 영주권 부여 검토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스페인에서 아프리카 출신 미등록 이주민이 목숨을 걸고 불타는 건물로 뛰어 들어가 몸이 불편한 주민을 구해내 영웅으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 남성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6일 스페인의 해안 도시 데니아에서 길을 걷고 있던 고르기 라미네 소우(20)는 갑자기 사람들의 비명을 들었다.
소리를 따라 도착한 곳에는 한 2층짜리 건물이 불에 타고 있었다. 그는 건물 안에 사람이 갇혀 있다고 전해 들은 즉시 발코니를 타고 올라가 안으로 들어갔다.
소우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실내에서 휠체어를 탄 한 남성을 발견, 자신의 어깨 위로 들어 올려 이웃들이 갖다 놓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왔다.
현장에 있던 한 이웃은 "고르기가 알렉스(구조 남성)를 제때 구하지 않았다면 그는 생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우는 당시 상황에 대해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다"며 "가지고 있던 물건을 내려놓고 그냥 올라갔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현장에 구조 요원들이 오기 시작하자 소우는 두려워졌다. 그는 2년 전 아프리카 세네갈에서 건너온 뒤 체류증 없이 스페인에 머물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이었기 때문이다.
목걸이와 팔찌 등을 파는 노점상인인 그는 "경찰이 나를 보면 물건들을 압수했을 것"이라며 "그러면 당장 내일 먹을 음식을 못 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조한 남성의 상태가 괜찮은 것을 확인하자 물건을 집어 들고 현장을 떠났다.
불길이 치솟는 건물에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낸 소우의 일화는 곧 스페인 전역에 퍼졌다. 소식을 들은 지역 당국은 소우에게 영주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중앙 정부에 전달했으며,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를 검토하고 있다고 가디언에 전했다.
현지에서 소우는 작년 프랑스에서 4층 발코니에 매달린 아기를 구하려고 아파트를 '스파이더맨'처럼 타고 올라가 찬사를 받은 말리 출신 이주자 마무두 가사마와 비견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가사마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소방대원으로 채용했다.
일각에서는 소우를 최근 극우 정당 복스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반이민 메시지에 대항하는 사례로도 보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반(反)무슬림을 내세운 복스는 지난달 스페인 총선에서 하원 의석(350석)의 15.1%에 해당하는 52석을 차지하면서 사회당, 국민당에 이어 제3당으로 부상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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