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영국 총선…막판 쟁점 부상한 보건서비스에 표심 요동

입력 2019-12-12 11:16
수정 2019-12-12 13:44
오늘 영국 총선…막판 쟁점 부상한 보건서비스에 표심 요동

브렉시트 쟁점 삼아 과반 확보하려던 존슨 총리, 전략에 차질 빚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영국 총선에서 보건서비스가 막판 변수로 급부상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영국 하원의원 선거의 의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서 보건서비스 쪽으로 급격히 이동했다고 관측했다.

보수당은 브렉시트 법안을 의회에서 단독처리하기 위한 과반의석을 확보하려고 조기총선을 선언했다.

WSJ은 지난주까지만 하더라도 브렉시트 의제가 힘을 발휘했으나 이번 주 들어 그 기세가 급격히 꺾였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수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획득의석 추산치가 줄어들고 있다는 게 그 근거로 제시됐다.

전날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의 발표에 따르면 보수당은 28석 우위로 과반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2주 전 조사 결과인 68석 우위 과반의석과 비교할 때 상당한 후퇴로 평가된다.

유고브는 선거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보수당의 과반의석 미달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보수당이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면 제1야당인 노동당이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해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보수당 지지 하락세가 주거와 보건과 같은 전통적인 의제로 유권자들의 관심이 전환되는 데 따른 결과라고 지적했다.

소셜미디어 분석업체 프리데이터는 6주 동안 이어진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온라인에서 브렉시트에 대한 관심이 수그러들고 사회경제학적 이슈에 관심이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보수당은 지금까지 9년 집권기에 재정지출에 인색해 국민건강서비스(NHS)를 비롯한 공공부문을 위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보수당의 공공 정책에 대한 의문을 극적으로 증폭하는 상황을 겪기도 했다.

병원에서 침상이 모자라 바닥에 누워있는 4세 어린이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기를 한 기자가 들이밀자 존슨 총리는 외면을 되풀이하다가 아예 전화기를 빼앗아 자기 주머니에 넣어버렸다.

존 애쉬워스 노동당 보건부문 대변인은 "보수당의 NHS 예산삭감 때문에 고통받은 어린이의 사진을 보지도 않으려고 한 것은 보리스 존슨이 새로운 밑바닥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동당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보수당의 핵심의제인 브렉시트보다 보수당 정권의 공공부문 긴축정책을 비판하는 데 주력해왔다.

한편, 당 차원의 선거전략을 떠나 이번 영국 총선에서 누가 이기든지 간에 영국의 재정지출은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존슨 총리는 기간시설 투자에 1천억 파운드(약 157조원), 치안과 공공서비스 확충에 수십억 파운드(수조원)를 쓰겠다고 약속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영국을 21세기형 국영국가로 탈바꿈하겠다며 보수당보다 훨씬 많은 재정지출을 선언했다.

WSJ은 이런 공약이 시행된다면 영국도 정치인들이 앞장서 재정정책 통제 시대에 종지부를 찍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세계에서는 일부 우파정권이 재정적자가 커지지 않도록 엄격하게 관리하고 정부의 역할 확대를 경계하는 전통적 입장을 취하고 있긴 하지만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추세가 번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규모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를 추진 중이고, 프랑스, 스페인 정부도 감세, 사회수당 증액을 위해 예산관리 목표를 완화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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