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소집 美 "北 도발 피해야" 경고…중·러 "제재 완화해야"(종합2보)

입력 2019-12-12 10:36
수정 2019-12-12 14:50
안보리 소집 美 "北 도발 피해야" 경고…중·러 "제재 완화해야"(종합2보)

美 "유연할 준비 돼…안보리, 응분의 행동 준비돼 있어야"

공동성명 채택 안 해…美 비건 대표, 상황 엄중·안보리 단합해야



(유엔본부=연합뉴스) 이귀원 이준서 특파원 = 북한의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미국의 요구로 11일(현지시간)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렸다.

미국의 안보리 소집 요구는 2017년 12월 22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한 지 거의 2년 만이다.

이번 안보리 회의는 최근 북한의 중대 시험 발표와 관련한 미국의 우려와 경고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최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밝혔고 이와 관련해 ICBM용 신형 엔진 실험 가능성이 제기됐으며 북한이 ICBM 시험 발사나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위성 발사 등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다.

미국은 안보리 회의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면서도 협상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며 북한을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도 미국의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대북제재 완화 등 북미 협상 촉진을 위한 미국과 유엔의 조치를 압박했다.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안보리 성명 등은 채택되지 않았다.

미국은 안보리 회의 전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인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를 통해 사전 정지작업도 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비건 특별대표는 안보리 회의 직전 안보리 이사국 대표와 한국·일본 주 유엔대사와 오찬을 하면서 상황이 엄중하고 안보리가 단합된 모습으로 기존의 대북정책을 해나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달 안보리 순회 의장국 자격으로 회의를 주재한 켈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북한이 언급한 '새로운 길'을 위협이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우주 발사체나 핵무기로 미 대륙을 공격하기 위해 고안된 ICBM을 발사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역 안정을 훼손하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말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적대와 위협을 멀리하고, 대신 우리 모두와 관여하기 위한 대담한 결정을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면 안보리는 응분의 행동을 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ICBM 발사 등과 같은 전략적 도발에 나설 경우 대북 추가 제재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우리는 여전히 병행적으로 행동하고, 합의를 향한 구체적인 조치를 동시적으로 취할 준비가 돼 있고, 우리가 접근하는 방식에서 유연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사실상 북한의 대화 복귀를 촉구했다.

크래프트 대사는 회의 시작 전 취재진에게도 "북한은 자신의 몫을 해야 한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해 보다 더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과 함께 "북한은 도발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를 거듭 요구했다.

북한이 그동안 핵실험과 ICBM 발사를 유예하는 선의의 조치들을 취한 만큼, 상응하는 '당근'을 제공해 북미협상을 촉진해야 한다는 취지다.

장쥔(張軍) 유엔주재 중국 대사는 상황의 극적인 반전을 피하고, 북미 대화를 지원하기 위해 안보리가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밝혔다.

장 대사는 "가능한 한 빨리 대북 제재 결의의 '가역(reversible) 조항'을 적용해 조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상황 전개에 따라 제재를 완화할 수 있게 돼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북제재는 그 자체로서 목적이 아니라, 목적을 이루는 수단일 뿐"이라며 "지금은 한반도 이슈의 정치적 해법을 찾는 게 매우 긴급하다"고 말했다. 특히 건설적인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키는 제재조항부터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사는 "북한과 미국, 특히 미국은 어렵게 얻은 '기회의 창'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에서의 평화·안정 유지와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의 의지는 일관된다"면서도 최근 북한이 밝힌 '중대 시험'에 대해서는 "유엔이 성급한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 유엔 러시아 대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선 "용납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도 "지난해의 긍정적인 모멘텀이 있었지만, 안보리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조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어떤 것을 대가로 제공하지 않은 채 무엇에 대해 합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제약들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로드맵을 마련하는 게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네벤쟈 대사는 "지금 필요한 유일한 것은 정치적 결단"이라며 상호조치, 단계적 조치, '행동 대 행동' 원칙 등으로 북한의 협력을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 유엔 프랑스 대사는 "절대 대북제재 해제를 정당화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 제재 완화론에 선을 그었다.

카렌 피어스 주 유엔 영국대사는 북한을 향해 "아직 늦지 않았다"면서 "당신들(북한)은 이런 상황을 멈출 수 있다"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했다.

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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