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람 "정부, 선거 패배 책임"…'시진핑 면담 앞둔 사과' 눈길(종합)

입력 2019-12-10 20:28
수정 2019-12-10 20:31
캐리 람 "정부, 선거 패배 책임"…'시진핑 면담 앞둔 사과' 눈길(종합)

친중파 진영 선거 참패에 첫 사과…"범민주 진영 구의회 지배 존중"

람 재신임 여부 촉각…홍콩법원, '복면금지법 위헌' 결정 시행키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의 참패에 홍콩 정부의 책임이 있다고 인정하며 친중파 후보들에게 사과했다.

람 장관의 이런 사과는 오는 14일 베이징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리커창(李克强) 총리 등을 만날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홍콩프리프레스 등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친중파 진영의 패배가 정부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며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의 행적이 아닌, 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이라고 인정했다.

람 장관은 "이러한 관점에서 내가 친중파 후보들에게 사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홍콩 행정장관으로서 나는 개인적으로나 공개적으로 이러한 입장을 회피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지난달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은 전체 452석 중 고작 60석만 차지하는 참패를 당했으며, 이후 람 장관이 친중파 진영에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도일보는 람 장관이 구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친중파 후보들을 만나 사과하고, 정부 위원회에 그들을 임명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람 장관은 또 "정부는 범민주 진영이 구의회를 지배하게 됐다는 것을 존중하고, 그들을 다른 구의원들과 동등하게 대할 것"이라며 "그들도 지금까지의 관례와 규칙을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구의원 선거에서 전체 452석 중 388석을 차지한 범민주 진영은 홍콩 전체 18개 구의회 중 17곳을 지배하게 됐다.

람 장관은 오는 14일 베이징으로 가서 중국 지도부에게 올 한해의 업무보고를 하고 내년 홍콩 정부의 정책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 시위가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데다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를 당한 상황이어서 시 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그에 대한 재신임을 천명할지 주목된다.

중국 지도부는 람 장관에게 향후 시위 대응 방안과 내년 9월 입법회 선거 전략 등에 관한 지침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람 장관은 베이징 방문 때 폭력시위 근절을 위한 국가보안법 도입 문제를 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람 장관은 지난 8일 홍콩 시민 8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 후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을 수용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송환법은 이미 철회했으며, 나머지 요구는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홍콩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은 ▲ 송환법 공식 철회 ▲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이다.

내각 개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최근 몇달 동안 개각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지만, 이는 지금 내가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다"며 "지금 나의 최우선 과제는 홍콩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빈과일보는 람 장관이 이번 베이징 방문에서 중국 지도부와 개각을 논의한 후 크리스마스 전후로 개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개각 대상은 홍콩 시민들의 지지도가 극히 낮은 매튜 청 정무사장(부총리), 테레사 청 율정사 사장(법무장관), 존 리 보안국장(치안장관), 레이 라우 민정국장(내무장관) 등이 될 수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람 장관은 매월 홍콩 의회인 입법회에 출석해 질의응답을 하던 것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입법회에 발을 들여놓을 때마다 소란이 벌어져 의사 일정이 중단됐다"며 "내년 1월 중순 입법회에 출석해 이것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매월 입법회에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람 장관은 지난 10월 시정연설과 질의응답을 위해 입법회에 출석했으나, 범민주 진영 의원들의 거센 항의 시위에 직면해 결국 휴회 후 입법회를 떠났다.

한편 지난달 18일 복면금지법 시행이 홍콩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던 홍콩 고등법원은 이날 이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홍콩에서는 위헌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법원이 그 시행을 공표해야 효과가 발생하는데, 홍콩 법원은 정부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여 '복면금지법 위헌' 시행을 잠시 보류했었다.

홍콩 정부는 복면금지법 유지가 필요하다며 법원에 상소를 제기한 상태이며, 상소 심리는 다음달 9일부터 이틀간 열린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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