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나라 근간 흔드는 노동인구 감소…특단 대책 필요하다
(서울=연합뉴스) 오는 2040년 한국의 인구는 지난해와 비슷하겠지만 노동인구는 17% 줄 것이라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앞으로 20년간 전체 인구에는 큰 변화가 없겠으나, 초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는 현격히 줄어들어 성장잠재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미로 읽힌다. WTO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에 전 세계 노동인구가 17% 늘어나는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며 개발도상국은 물론 주요 국가나 지역 가운데서도 노동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다.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고령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노동인구만 줄면 결국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사회보장 및 복지를 감당할 수 없는 재앙적 국가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상황인식과 대응이 절실히 요구된다.
한국의 초저출산·고령화 추세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르고 가파르다. 여성 한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으로,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명마저 깼다. 출생아 수는 32만6천900명으로 가까스로 30만명 선을 유지했으나 올해는 그마저도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통계청도 특별 추계를 통해 2021년에 합계출산율이 0.86명으로 떨어지고 50년 뒤에는 생산가능인구가 지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순계산으로도 합계출산율을 1.0명으로 전제하고, 여성이 30세 때 아이를 낳는다고 가정했을 때 30년 뒤 연간 출생아가 지금의 절반인 15만명으로 줄고, 그 이후 30년 뒤에는 7만5천명으로 줄어들게 된다. 물론 꼭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만 인구절벽의 위기를 피부에 확 와닿게 하기에는 충분하다.
노동인구로 대변되는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이들이 부양할 고령 인구가 늘면 그 부작용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래세대의 사회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더 많이 내야하고 늘어나는 노인복지 등 사회보장 비용도 늘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생산가능인구의 사회적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면 덩달아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화하고 그 여파로 출산율이 더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그뿐 아니다. 국민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줄고 경제에 활력이 떨어져 성장잠재력을 갉아먹게 된다. 이제 우리가 사는 한국을 그런 나락으로 떨어지도록 둘 것인지, 모두 힘을 합쳐 '다이내믹 코리아'로 일으켜 세울지를 다시 한번 냉엄하게 되새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정부가 초저출산·고령화 대응에 손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2006년부터 지금까지 260조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고도 합계출산율을 올리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결국 삶의 질을 개선하는 쪽으로 저출산 대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합계출산율 목표를 세우고 주먹구구식 예산을 투입하기보다는 삶의 질을 개선하면 장기적으로 출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국가와 민족의 존망이 달린 문제 해결에 안이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몇 년 안에 해결책을 내놓지 않아도 당장은 별문제 없다는 안일한 인식이 작용한 것이 아니길 바란다. 생애 주기적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게 하는 현실적 걸림돌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일과 육아의 양립, 치솟는 교육·주거비와 노후대책 해결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마스터플랜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절박한 인구 문제를 그냥 뒤로 넘겨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에 장기 인구추계를 바탕으로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연금 개혁도 더는 늦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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