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號 1년…경제활력 제고 올인에도 성장률 2% 하회 우려

입력 2019-12-08 10:00
홍남기號 1년…경제활력 제고 올인에도 성장률 2% 하회 우려

100여차례 장관급 회의서 물밑 현안 조율

경제전문가들, 확실한 규제개선과 구조개혁 주문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끄는 2기 경제팀이 10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2기 경제팀은 경제활력 제고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하지만 대외여건이 예상보다 나빠지면서 1년 성적표 격인 올해 경제성장률은 2% 안팎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고용지표는 석 달째 호조를 기록했다. 지난 3분기에 소득 격차도 4년 만에 개선세로 돌아선 점은 희망적이다.

홍 부총리는 100여차례에 걸쳐 장관급 회의를 열고 현안을 조율했다. 이에 따라 불협화음은 거의 사라졌다는 평가다.

경제전문가들은 홍 부총리가 적극적으로 정책 그립을 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면서 민간에서 경제활력이 되살아나게 하려면 규제를 풀어 확실한 변화의 기조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 올해 성장률 2% 하회 우려…고용 석 달째 호조·소득격차 4년만에 개선

홍남기 부총리는 1년 전 취임 직후 처음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경제활력을 높이는데 올인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 집행을 상반기 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앞당기고 기업과 민간, 공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끌어내겠다고 했었다.

하지만, 미·중 무역분쟁 고조와 일본 수출규제 등으로 대외여건이 예상보다 악화하면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를 하회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4분기에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97% 정도 증가해야 성장률 2% 달성이 가능하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석유파동이 터진 1980년(-1.7%), 외환위기 때인 1998년(-5.5%),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등 3차례를 제외하면 성장률이 2%에 못 미친 적이 없다.

이는 예상보다 악화한 대외여건 탓이 크다. 11월까지 수출은 지난해 12월 이후 무려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 올해 수출은 2009년(-13.9%)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미중 무역 분쟁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4%포인트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미중 무역분쟁 과정에서 지금까지 양국이 공표한 관세부과가 모두 실현될 경우 한국 경제성장률이 0.3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1기 경제팀의 발목을 잡았던 고용지표와 소득 격차는 개선됐다.

10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41만9천명 늘어 석 달 연속 30만명 넘게 늘었다. 고용률은 같은 달 기준으로 23년 만에 최고를, 실업률은 같은 달 기준 6년 만에 최저를 각각 기록했다. 3대 고용지표가 석 달 연속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올해 3분기 가계의 소득 격차는 4년 만에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소득이 7분기 만에 최대폭 늘며 2분기 연속 증가한 데 비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면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정부가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포용성장의 효과가 3분기에는 본격화되고 있다"면서 "소득분배여건 개선에는 최근 고용회복과 함께 정부 정책효과가 비교적 잘 작동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자평했다.

◇ 경제활력 제고 올인…100차례 장관급 회의하며 현안 조율



경제활력 제고를 내세운 2기 경제팀은 지난 1년여간 약 100여차례 장관급 회의하면서 현안을 조율했다. 핵심 현안을 조율하고 경제 인식과 정책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자 공식회의는 물론 비공식적인 고위급 협의 채널을 총동원했다.

홍 부총리는 경제활력대책회의로 이름을 바꿔 단 경제장관회의와 혁신성장전략회의를 필두로, 경제 장관들이 모여 진솔하게 현안을 조율하는 비공식 회의인 녹실(綠室)회의와 옛 서별관회의 격인 경제부처 장관들과 청와대 정책실장·수석과 현안조율회의를 잇따라 주재했다.

이를 통해 최저임금 시행령 수정, 버스 파업 사태와 분양가 상한제,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가이드라인 등에 대해 조율했다.

7월 일본이 수출규제를 시작한 이후에는 매주 2차례씩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 장관회의를 열어 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 강화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내년부터 5년 한시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특별회계를 설치해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달성할 수 있도록 매년 2조원 이상의 재정투자 등을 골자로 한다.

경제활력대책회의와 혁신성장전략회의 30여차례, 녹실회의·현안조율회의 약 50차례,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 20여차례 등 모두 100여차례 조율 회의를 한 덕분에 1기 경제팀 당시와 달리 불협화음은 사라졌다고 평가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홍 부총리로부터 경제 현안 정례보고를 받은 뒤 일본의 수출규제, 혁신성장 등과 관련해 부처 간 협업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부처 장관 중심으로 원팀으로서의 협력 시스템이 지속·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밝혔다.

◇ 홍남기호 내년 구조개혁 시동…전문가 "규제 풀고, 정책 그립 쥐어야"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는 산업, 노동시장, 공공부문, 구조적 변화 대응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본격 추진하되 구조개혁을 보다 원활히 할 수 있는 기본 인프라로서 규제혁신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이 1기 경제팀과 비교해 경제활력 제고를 내세우는 등 톤이 바뀌었고, 전보다 우리 경제를 경제원칙에 맞게 운영하려고 노력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간에서 경제활력이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기조 변화가 확실히 느껴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홍 부총리가 그립을 쥐고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구조개혁의 진도를 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보다 우리 경제를 경제원칙에 맞게 운영하려고 노력했던 점은 잘한 점"이라며 "다만, 초기에 이뤄졌던 정책부작용이 계속되는 만큼, 궤도 수정을 명확히 하고,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노동이나 규제 등에 중점을 두고 추진력 있게 개혁작업을 해야 한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득주도성장을 내세웠던 1기 경제팀과 비교해 톤이 약간 바뀌었는데, 앞으로도 개혁을 많이 하겠다고 하니 기대를 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면서 "내년 한국경제 과제는 규제개선"이라고 말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민간 주도 성장 동력이 생겨나기 위해서는 규제를 확실히 풀면서 기조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면서 "기업은 미래 청사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인데, 이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정책 콘트롤타워 기재부가 정책 그립을 쥐고, 좀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진도를 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구조개혁 등에 포인트를 잡아 공격적으로 진도를 빼면 될 것 같다"고 제언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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