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원지간' 터키·그리스…이번엔 EEZ 문제로 갈등

입력 2019-12-07 00:17
'견원지간' 터키·그리스…이번엔 EEZ 문제로 갈등

터키·리비아 수역협정 체결…그리스 EEZ 일부 침범

그리스 강력 반발…리비아 대사 추방 결정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세계적으로 유명한 '앙숙'인 터키와 그리스가 배타적 경제수역(EEZ) 획정 문제로 또다시 충돌했다.

그리스 외무부는 6일(현지시간) 자국에 주재하는 리비아 대사를 추방한다고 밝혔다.

니코스 덴디아스 그리스 외무장관은 이날 "리비아 대사를 초치해 추방 결정을 통보했다"며 "리비아 대사는 72시간 안에 그리스를 떠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의 리비아 대사 추방은 지난달 27일 터키와 리비아가 체결한 수역협정에서 비롯됐다.

이 협정에는 터키와 리비아의 EEZ 경계를 규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터키가 주장한 EEZ가 그리스의 기존 EEZ를 침범한 것임에도 리비아 정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리스는 터키와 리비아가 수역협정에 합의하자 "이번 합의는 터키와 리비아 사이에 있는 크레타 섬의 존재를 무시한 것"이라며 "터무니없다"고 반발했다.

1923년 터키 독립전쟁의 결과로 체결된 로잔 조약에 따라 이스탄불 인근 동트라키아 지역은 터키 영토가 됐으나, 터키와 그리스 사이 바다인 에게해(海)의 섬은 대부분 그리스 영토에 속한다.

덴디아스 장관은 "터키와 리비아의 합의는 유엔 해양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것일 뿐 아니라 그리스 등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터키는 그리스의 반발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수역협정의 의회 비준을 마쳤으며, 리비아 의회 역시 전날 협정을 비준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이날 그리스의 리비아 대사 추방 결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그리스의 리비아 대사 추방 결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다른 나라를 협박해도 괜찮은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리비아는 독립국이며 주권국가다. 이번 일은 그리스의 본색을 보여준 것"이라며 "우리는 이번 결정을 비판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국제법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일부 국가는 터키를 비난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권리를 지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터키와 그리스는 15세기 말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 그리스를 점령한 이후 수백 년간 앙숙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약 400년간의 치열한 독립 투쟁 끝에 그리스는 19세기 초 오스만 제국에서 독립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 제국이 쇠락하자 오히려 오스만 제국의 본토로 진격하기에 이른다.

결국 오스만 제국은 내우외환이 겹치면서 멸망했지만, 터키인은 훗날 국부로 불리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의 지도로 외세를 몰아내고 공화국 수립에 성공했다.

이처럼 오랜 앙숙인 양국은 최근 들어서도 난민 문제와 키프로스 섬 대륙붕 자원 개발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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