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보고서 통화기록에 등장한 의문의 숫자 '-1'
WP "트럼프, 보안규정 무시하고 줄리아니와 휴대폰 통화"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미국 하원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보고서에 포함된 백악관 통화 기록이 미국 정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미 하원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개인 변호사 루돌프 줄리아니의 연관성을 찾기 위해 통화 일지를 조사했는데, 여기에는 '-1'이라는 의문의 숫자가 포함된 통화 기록이 나온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통화 기록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확인할 수 없지만, '-1'이 표시된 발신자 차단 번호의 주인공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 의심된다"고 밝혔다.
WP는 이 같은 통화기록 분석을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이 줄리아니를 비롯해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연루된 사람들과 백악관에서 광범위한 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현직 관리들은 WP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나 다른 해외 정보기관의 감시에 취약한 휴대폰을 사용해 줄리아니와 수시로 통화했다고 폭로했다.
한 전직 보좌관은 외국 정보 기관이 대통령과 줄리아니의 보안이 되지 않은 통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실제로 그랬다면 "그들에게는 (통화내용이) 노다지(bonanza)"라고 말했다.
보좌관들의 계속된 설득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보안이 된 정부의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보안이 된 유선전화를 쓰는 것보다는 덜 안전하다고 행정부 관리들은 지적한다.
하원은 탄핵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하는 과정에서 건 십여번의 전화가 러시아의 도청에 취약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대사가 국무부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날, 줄리아니는 이른바 '-1'번과 9분 가까이 통화한 것을 포함해 11차례 백악관과 관련이 있는 번호와 통화를 했다.
WP는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보안 규정을 계속해서 무시했다는 새로운 증거"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 계정을 사용했던 것을 거세게 공격했었다.
따라서 이번 탄핵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백악관 통화기록과 보안 규정 위배 논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새로운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인 셈이다.
WP는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통화 내용을 러시아가 감청했을 경우 러시아가 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에서 근무했던 존 사이퍼 전 중앙정보국(CIA) 요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공개 또는 비공개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탄약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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