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에 12일 영국총선은 '분리독립 찬반투표' 성격

입력 2019-12-06 13:00
스코틀랜드에 12일 영국총선은 '분리독립 찬반투표' 성격

집권 보수당 vs 스코틀랜드국민당 찬반당론 맞대결 구도

"원치않은 브렉시트" 불만 속 분리주의 목소리 점점 득세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다음 주 영국 총선은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 여론을 공식 확인하는 '대리 투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인들은 영국이 2016년 국민투표에서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을 내린 게 불만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는 12일 개최되는 영국 총선에서 스코틀랜드 민심의 이 같은 기류가 단적으로 포착될 것으로 내다봤다.

스코틀랜드 정세의 현재 판도는 유럽연합(EU) 잔류와 영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 신속한 브렉시트와 분리독립 절대 불가를 외치는 집권 보수당의 맞대결이다.

니컬라 스터전 SNP 대표는 SNP에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브렉시트 불확실성에서 벗어나는 길이라며 EU 잔류와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이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에게는 보수당에 투표하는 길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보수당이 패배해 노동당이 집권할 경우 SNP와 연립정권을 이룰 가능성이 큰데 이 경우 SNP가 제휴 조건으로 분리독립 투표를 요구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스코틀랜드에서 이번 영국 총선은 대다수 스코틀랜드 유권자들이 분리독립 찬반 성향에 따라 SNP 또는 보수당에 표를 던지는 구도로 압축되는 셈이다.



스코틀랜드는 300년 이상 영국의 일원으로 지내왔으나 최근 수년간 분리독립 목소리가 부쩍 늘었다.

SNP는 브렉시트에 대한 스코틀랜드의 민심 이반에 힘입어 지지세를 불려왔고 EU 잔류를 위한 대안 중 하나로 분리독립을 거론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인들은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62%가 EU 잔류를 선택했으나 영국 전체에서 탈퇴가 51.9%로 앞서는 통에 의사와 다른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렸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과 관련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찬반이 50대 50으로 비기거나 찬성이 절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분리독립을 묻는 2014년 주민투표가 반대 55.3%, 찬성 44.7%로 부결된 점을 고려하면 여론 변화가 괄목할 수준이다.

여론조사업체 유거브(YouGov)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SNP는 스코틀랜드 전체 의석 59석 가운데 현재 35석에서 43석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됐다.

보수당은 노동당의 약세로 나머지 의석의 대부분인 12석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독립 찬반 진영의 후보자들은 유세과정에서 인구 500만에 불과한 스코틀랜드가 독립 후 제대로 국가 기능을 할 수 있을지, 앞으로 스코틀랜드 통화는 어떻게 될지, 영국과의 국경은 어떻게 설정할지 등 대안을 내놓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목격되는 이런 균열은 2021년 에딘버러에 있는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까지 갈수록 깊어질 공산이 크다.

SNP는 현재 스코틀랜드 의회의 48%를 점하고 있으나 2년 후 과반수를 차지해 다시 한번 독립투표를 제기하는 것을 향후 선거의 당면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스코틀랜드 독립에 관한 2차 주민투표를 실시할지에 관한 최종 권한은 영국 의회에 있으며 존슨 총리는 이를 불허할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스코틀랜드인 피터 브루스(66)는 신문에 "유럽에 우리보다 작은 나라들이 많지만 다들 힘을 합쳐 잘하고 있고, 우리라고 못 하리라는 법은 없다"면서 "브렉시트 때문에 우리는 시체에 매인 꼴이 돼 버렸다. 잉글랜드는 변했고 우리는 스스로 더 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