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김은선, 美샌프란시스코오페라 음악감독에 발탁(종합)
NYT "김씨, 역사 만들어"…한국인으로 주요 오페라단 두 번째 음악감독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지휘자 김은선(39) 씨가 2021년 8월 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SFO)의 음악감독을 맡는다고 이 오페라단이 5일(현지시간) 밝혔다.
SFO의 총감독 매슈 실벅은 이날 김씨에게 5년간 음악감독을 맡기기로 했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김씨가 "미국의 메이저 악단에서 음악감독직을 맡는 첫 여성이 될 것"이라며 "그녀는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수적인 클래식 음악계에서 여성이, 그것도 외국 출신의 여성이 주요 오페라 하우스의 음악감독을 맡게 된 것은 파격적인 일로 평가된다.
또 한국인이 세계 주요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을 맡는 것은 지휘자 정명훈 씨에 이어 두 번째이자 한국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정씨는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오페라(현 파리 국립오페라) 음악감독,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등을 지냈다.
SFO는 규모나 영향력 등에서 뉴욕메트로폴리탄오페라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이다.
김씨는 이 오페라단의 네 번째 음악감독이자 첫 여성 음악감독이 된다.
김씨는 NYT에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이 된 것에 감사한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다음 세대(여성 음악감독)는 그저 '지휘자'로 불리게 될 미래가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샌프란시스코오페라의 첫 무대에 섰을 때 고향에 있는 것 같은 편안함을 느꼈다"며 "이 오페라단의 아주 다양한 측면에서 열린 협업, 진정한 프로페셔널의 연금술 같은 신기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샌프란시스코오페라의 가족이 되고, 이 놀라운 유산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게 돼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유럽과 북미의 주요 오페라 극단에서 지휘하며 명성을 쌓아왔다. 북미에서는 오페라와 관현악곡을 통찰력 있게 해석하는 지휘자로 인정받고 있다.
2017년 9월 휴스턴 그랜드 오케스트라와 함께 준비한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공연으로 미국 음악계에 데뷔했다.
당시 김씨는 이 극단의 극장이 허리케인에 침수되는 바람에 가설 극장에서 공연을 올렸는데 이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훌륭한 무대를 선보이며 NYT로부터 이 공연의 '주요 스타'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이 공연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극단은 김씨를 수석 객원지휘자로 임명했다.
베를린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겸 바이에른국립오페라 음악감독인 키릴 페트렌코와 베를린 국립오페라 총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이 그를 이끌어준 멘토다.
SFO는 김씨가 앞으로 관현악단과 코러스, 음악 스태프를 이끌면서 실벅 총감독, 그레고리 헹켈 예술관리 감독 등과 협업해 레퍼토리 선정, 캐스팅 등의 작업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또 창의적 리더십의 핵심 일원으로서 이 오페라단의 두 번째 100년의 예술적 방향성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음악감독 지명자로서 곧장 일을 시작하게 된다. 이에 따라 김씨는 앞으로 다가올 시즌의 공연을 계획하고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참여하게 된다.
또 2020∼2021년 시즌의 개막 주말에 있을 새 작품인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 공연을 지휘하고, 음악감독으로서 5년간 매 시즌 최대 4편의 공연을 지휘하게 된다.
또 이런 콘서트 지휘 외에도 SFO가 발굴한 신인 예술가인 애들러 펠로스와 협력하고, 오페라단 경영에도 참여하게 된다.
김씨는 올해 6월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루살카' 지휘로 SFO에 데뷔했으며 오는 6일 샌프란시스코 전쟁기념관 겸 공연예술센터의 허브스트극장에서 애들러 펠로스의 올해 마지막 공연 지휘로 두 번째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실벅 SFO 총감독은 "김은선은 샌프란시스코오페라에 독특한 에너지를 가져다준다"며 "그는 탁월한 예술적 여정을 추구하면서 관객과 예술가, 기술자, 관리자 등 우리 모두를 연결한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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