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방러 세르비아 대통령과 회담…"국방협력 중점 논의"
세르비아, 유럽 최대 러 무기 수입국…S-400 미사일 도입도 희망
부치치 "푸틴이 대통령이었다면 1999년 나토 세르비아 공습 막았을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러시아 남부 휴양도시 소치를 방문한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회담하고 국방 분야를 포함한 다방면에 걸친 양국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양국 정상의 주요 회담 의제 가운데 하나는 러시아제 무기의 세르비아 공급을 비롯한 국방 협력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세르비아의 중립국 지위 유지와 국방력 강화를 돕기 위해 국방 분야 협력을 발전 시켜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부치치 대통령은 세르비아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면서도 러시아와의 협력 수준을 낮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군사 분야에서 훌륭한 협력을 하고 있고 군사기술 협력도 훌륭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세르비아가 다양한 종류의 러시아 무기를 수입하고 있음을 언급했다.
세르비아는 유럽에서 러시아 무기의 최대 구매국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제 다목적 헬기 밀(Mi)-17과 공격용 헬기 Mi-35를 구매했고, 6대의 미그(MiG)-29 전투기와 10대의 수륙양용 장갑차량 BRDM-2MS 등도 도입했다.
지대공 미사일과 대공포를 결합한 단·중거리 방공체계 '판치리-S'(Pantsir-S)도 주문했다.
러시아는 세르비아가 구매를 희망하고 있지만 가격이 높아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첨단방공미사일시스템 S-400을 후불 조건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지난 10월 말 세르비아에서 열린 양국 연합 군사훈련 '슬라브의 방패'(Slavic Shield 2019) 때 판치리-S와 S-400 미사일을 현지로 공수해 훈련해 투입했었다.
앞서 미국은 세르비아가 러시아제 무기를 구매하면 제재 위험이 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세르비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999년 코소보 내전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세르비아 공습을 언급하면서 "만일 당시 푸틴이 러시아의 대통령이었다면 누구도 우리를 공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러시아와의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슬라브계인 세르비아는 북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 등 발칸반도의 다른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EU)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군사적으로는 러시아의 핵심 협력국 지위를 유지하는 등 '양다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르비아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나토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한편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 주도의 대(對)러시아 제재도 거부한 바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세르비아와의 군사 협력을 토대로 나토의 추가 확장을 저지하고 지정학적 요충지인 발칸반도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과 부치치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회담 뒤 푸틴은 부치치에게 세르비아 왕국의 초대 국왕(재위 1882~1889년) 밀란 1세가 소유했던 소총을 선물했다. 러시아는 이 소총을 올해 한 국제 경매에서 구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치치는 푸틴에게 19세기 기독교 성화를 선물하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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