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도부, 시위 유혈진압 민심 악화에 '관용 대응'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지도부가 반정부 시위로 체포된 시민을 법적으로 관대하게 처분해야 한다는 뜻을 잇달아 밝혔다.
이란 당국이 인명피해 규모를 정확히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란 현지에서는 군경의 강경한 유혈 진압으로 시위대에서 사상자가 상당히 많이 발생했다고 믿고 있다.
또 진압 현장에 있던 이들의 목격담이 유포되면서 정부와 군부의 대응에 대해 민심이 악화하는 분위기다.
시위대에 '폭도'가 섞였고 이들에만 강력히 대응했다는 게 이란 당국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지도부는 이런 공식 발표만으로는 비판 여론을 가라앉히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4일(현지시간) "최근의 폭동에 가담한 용의자를 법적으로 처리할 때 이슬람에서 가르치는 동정심을 발휘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같은 날 연설에서 "시위에 가담했지만 무장하지 않은 무고한 시민을 이슬람의 종교적 관용으로 대해야 하고 그들은 즉시 석방돼야 한다"라고 사법부에 요구했다.
이어 "예를 들어 타이어에 불을 붙인 사람은 옳은 일을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둬야 할 범죄인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친 젊은이에게 너무 엄격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했다.
또 이번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재산상 피해를 본 시민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란 사법부도 3일 기자회견에서 "시위에서 검거된 용의자를 신속히 조사해 별다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하면 최대한 신속히 석방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사법부는 반정부 시위 과정에서 수도 테헤란에서만 약 30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지난달 15일 휘발유 가격 인상에 반발해 전국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다. 이란 당국은 이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인터넷을 전면 차단하는 동시에 유혈 진압해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국제앰네스티는 최소 208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당국은 군경의 발포 사실을 확인하지 않다가 3일 국영방송을 통해 군기지 등 보안 시설을 공격하는 무장한 폭도들에게 발포했다고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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