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듯 안 끝나는' 외국인 매도…한국증시만 '나홀로 하락'
(서울=연합뉴스) 증권팀 = 외국인 투자자들이 5일에도 한국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세계 주요국 증시 중 한국만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달 초순부터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외국인의 '역대급' 순매도 행진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 시장에서 660억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외국인은 이날 장 초반에는 최대 560억원 이상 순매수했으나, 오후 들어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로써 외국인은 지난달 7일 이후 이날까지 21거래일째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누적 순매도 금액을 5조678억원(잠정치)으로 늘렸다.
이는 기간 기준으로는 지난 2015년 12월 2일~2016년 1월 5일의 22거래일 연속 순매도 이후 최장이며, 금액으로는 지난 2015년 8월 5일~9월 15일의 약 5조5천432억원 순매도(29거래일 연속)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코스피도 오전 한때 2,084.29까지 올랐다가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2,060.74(-0.39%)로 주저앉은 채 거래를 마쳤다.
반면 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입어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는 0.71%,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74% 각각 상승했다.
앞서 4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0.5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0.63%)·나스닥지수(0.54%)와 유럽 유로스톡스50 지수(1.36%)도 일제히 오른 것과 비교하면 결국 이날 세계 주요국 증시 중 한국만 거의 유일하게 주가가 내려간 셈이다.
외국인 순매도가 계속되는 배경으로는 우선 계속되는 미중 무역 분쟁 관련 불확실성으로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약하다는 점이 꼽힌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밤 무역 합의에 대해 낙관적인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주요 지수가 반등했지만, 낙관론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장 다음 주인 오는 15일 미국의 중국 상대 추가 관세 부과가 예정돼 있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협상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로 투자심리가 어느 정도 안정됐지만, 위험 선호 성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실제 1차 합의 성사 여부에 대한 관망 심리가 작용하면서 '대기 모드'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중국·일본 등 아시아 다른 국가 주가가 상승한 데 비해 한국만 내렸다는 점에서 미중 무역 분쟁 외에도 외국인이 한국 증시를 외면하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늘 한국 증시만 내린 명확한 이유는 확인되지 않았다"며 "다만 '필요시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북한이 '무력에는 무력으로 맞대응하겠다'며 각을 세우면서 한국 고유의 '컨트리 리스크'가 부각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다만 이날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전날(3천965억원)의 약 6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는 데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약해지고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원 연구원은 "어제까지만 해도 외국인 순매도가 심했지만 오늘은 비교적 제한적인 수준"이라며 "이제 외국인 매도가 어느 정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또 "내년 반도체 산업 전망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는 거의 바닥 수준"이라며 "코스피 지수도 바닥을 다져가는 과정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형렬 센터장은 "관세 부과 시한인 15일까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있을 수 있다"며 "만약 관세 부과 이전에 부분 합의를 통해 관세 부과가 철회될 경우 시장에 가장 이상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jhpark@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