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쏟아지자 '인터넷 알바' 탓한 화웨이…성난 민심만 자극
퇴직자 억울한 옥살이 파문 커져…'애국소비' 열풍 지속 여부 주목
관영 환구시보마저 화웨이 고압 태도 비판…"법대로 해도 인심 잃어"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한 화웨이 퇴직자의 억울한 옥살이 사연이 알려져 중국인들 사이에서 화웨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고조됐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 최고위급 임원이 자사를 향한 비판 여론을 '인터넷 알바'에 의한 조작적 비방전이라고 규정해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5일 중국 인터넷 매체 산옌(三言)재경 등에 따르면 위청둥(余承東) 화웨이 소비자 부문 최고경영자(CEO)는 지인들과의 위챗 대화방에서 자사를 성토하는 여론의 흐름을 '전형적인 비방 여론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것은 무슨 임금 분쟁 같은 것이 아니라 매우 전형적인 비방 여론 활동"이라며 "'인터넷 알바'를 고용해 없는 일을 만들고 어떤 일을 조작해 특정 개인이나 기관을 공격함으로써 상대방의 명예나 브랜드에 손해를 끼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누리꾼들은 자신들을 '댓글 알바' 취급한 위 CEO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누리꾼 '641523****'는 위 CEO의 발언을 소개한 기사에 단 댓글에서 "이것은 화웨이의 어두운 면을 한층 더 보여준다. 지금의 화웨이는 나를 구역질 나게 한다"고 극단적인 반감을 표출했다.
'yh22**'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도 "화웨이에 반대한다. 화웨이는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중국에서는 화웨이 퇴직자인 리훙위안(李洪元·42)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연이 알려지면서 화웨이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화웨이는 퇴직하면서 회사 기밀 유출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회사를 압박해 38만 위안(약 6천400만원)의 퇴직보상금을 '갈취'해갔다면서 리씨를 고소했다.
작년 12월 공안에 체포된 리씨는 251일간 구금됐다가 올해 8월에야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고 풀려났다.
리씨는 화웨이 측에 사과를 촉구하고 있지만 화웨이는 억울하면 자사를 고소해보라는 식의 공개 입장을 표명하는 등 고압적 태도를 보인다.
화웨이는 중국이 명운을 건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 분야의 '국가대표' 기업이라는 점에서 화웨이 비난 여론 고조는 중국 정부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 와중에 화웨이가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를 받게 되면서 중국 정부는 적극적으로 화웨이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데 화웨이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은 중국 정부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급기야 중국 당국의 입장을 비공식적으로 대변한다는 평가를 받는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후시진(胡錫進) 편집장까지 나서 화웨이의 고압적인 자세를 비판하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후 편집장은 전날 시나닷컴 웨이보(微博·마이크로 블로그)에서 "화웨이의 입장 발표는 법률을 근거로 한 것이지만 인심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미중 갈등 속에서 '희생양'으로 부각돼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따라서 심각한 국내 여론 악화는 미국의 제재가 지속 중인 가운데 화웨이의 향후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제재로 화웨이는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에 정식 버전 안드로이드를 설치하지 못하게 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삼성전자 등 경쟁사에 크게 밀리고 있다.
그러나 '애국 소비' 열풍에 힘입어 국내 스마트폰 판매가 급증함에 따라 해외 시장 위축에도 견조한 외형적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