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해상자위대 중동 파병안 이란에 전달"…이란은 반대(종합)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보 수집 작전을 수행하고 걸프 해역에서 상선이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도록 해상 자위대를 중동에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일본을 방문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 차관을 3일 만나 이런 구상을 전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4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중동에서) 정보 수집 능력을 배가하기 위해 자위대를 사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아락치 차관에게) 설명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아라비아해의 북쪽 끝인 오만해(호르무즈 해협 부근), 홍해 입구 바브 엘만데브 해협이 자위대의 잠재적 파병 후보지다"라고 덧붙였다.
교도통신은 관련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 각의(국무회의)가 올해 말까지 중동 파병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스가 장관은 이란 측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아락치 차관은 3일 일본 NHK와 인터뷰에서 자위대의 중동 파병을 반대했다.
아락치 차관은 "이란 정부는 일본 정부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라면서도 "외국 군대가 중동에 주둔하는 것은 안정과 평화,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와 만나 이란의 (이같은) 입장을 전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미국이 이란의 위협에 맞서겠다며 결성한 군사 연합체인 '호르무즈 호위 연합'에는 참여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상 자위대를 증파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요미우리신문은 1일 일본 정부는 해상자위대 호위함 1척과 P3C 초계기 1대를 중동에 보내는 내용의 안건을 이달 중순 각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P3C 초계기는 중동에서 해적대처 임무를 수행 중인 2대 중 1대를 활용하고, 호위함은 내년 초 출항 시켜 1월 하순 현지 배치를 완료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1년 단위로 임무 연장 여부가 결정될 파견 부대는 방위성 설치법의 '조사·연구' 임무에 근거해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만, 아라비아해 북부 공해, 예멘 앞바다의 바브엘만데브 해협 동쪽 공해에서 정보수집 활동을 하게 된다.
일본은 이미 해적대처법에 근거해 호위함 1척과 초계기 2기를 아덴만에 파견해 선박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한 6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용인 아래 중재자를 자처하면서 이란을 방문해 최고지도자, 대통령 등 이란 지도부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라고 말한 그에게 "귀하의 선의를 의심하진 않지만 이란은 미국을 전혀 믿지 않는다. 주권국가라면 압박을 받으며 협상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다.
아베 총리가 '미국이 이란의 정권을 교체하려 하지 않는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메시지를 '대독'했으나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거짓말이다. 미국이 이란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면 진즉에 그렇게 했겠지만 그들은 그럴만한 능력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공교롭게 그가 이란을 방문하던 도중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일본 유조선이 공격받는 일까지 벌어져 미국의 '고민거리'를 대신 해결하는 국제적 정치인의 면모를 과시하려다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본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에 가장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나라지만 이란과 우호 관계도 끊임없이 모색했다.
미국이 6월 일본 유조선 공격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지만 일본은 이란을 의식해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고 모호하게 대응했다.
일본이 미국 주도의 호르무즈 호위연합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중동으로 해상 자위대를 보내기로 하고, 이를 이란에 사전에 알린 것 역시 미국과 이란 모두를 고려한 외교·군사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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