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중국산 테슬라 '터쓰라' 실물 최초공개…배터리는 LG
외형 같은 미국산보다 1천400만원 싸…뒤엔 '特斯拉' 꼬리표
테슬라 中전기차 시장 공략 본격화…매장선 "예약 접수 폭발적"
미중 무역전쟁 속 머스크의 과감한 중국 베팅, 본격 결실 이어질까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모양만 보면 어떤 게 중국산이고 어떤 게 미국산인지 모르시겠죠?"
중국 상하이(上海)의 복합 쇼핑몰인 래플스 1층에 자리 잡은 테슬라 전시장에서 직원 선(沈)씨는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3와 상하이에서 막 생산된 모델3를 번갈아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테슬라의 전기차·부품 공장)에서 생산된 보급형 세단 모델3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4일 전시장을 찾아가봤다.
테슬라는 지난달 중국 인터넷을 통해 상하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모델3 사진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최근 상하이를 비롯한 전국 주요 매장에 속속 양산 제품을 전시하고 본격적으로 중국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선씨의 말대로 중국산 모델3 뒤에 테슬라의 중국식 표현인 '터쓰라'(特斯拉)라는 한자 엠블럼이 붙은 점을 빼면 중국산 모델3와 미국에서 수입된 모델3를 맨눈으로 구분하기는 어려웠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달린 15인치 디스플레이를 포함해 고급스러우면서도 간결한 내부 구조 역시 미국산과 꼭 같은 모습이었다.
중국산 모델3의 가장 큰 무기는 미국산 제품보다 상대적으로 '착한 가격'이다.
공장 부지 비용과 인건비가 미국보다 낮기 때문에 테슬라는 기존의 65% 비용으로 모델3를 양산할 수 있게 됐다.
매장에 전시된 중국산 모델3의 가격은 35만5천800위안(약 6천만원)이었다. 43만9천900위안(약 7천400만원)인 수입 모델3보다 8만4천100위안(약 1천400만원) 더 쌌다.
다만 겉모습은 같지만 두 제품이 가격을 단순히 비교할 수 있는 동급 제품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수입된 모델3는 모두 전륜(全輪·4륜)구동 모델이지만 중국산 모델3는 보다 저렴한 후륜구동 제품만 있다.
배터리 용량도 미국에서 수입된 모델3가 조금 더 크다. 이에 따라 한번 완전히 충전해 갈 수 있는 최대 거리도 각각 460㎞(중국산 모델3), 590㎞(미국산 모델3)로 100㎞ 이상 차이가 있다.
아울러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모델3에 한국의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그간 업계에서는 LG화학이 상하이 기가팩토리에 배터리를 납품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는데 이번에 최종적으로 확인이 된 것이다.
미국산보다 성능이 다소 낮게 설계됐지만 현지 소비자들은 중국산 테슬라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다.
선씨는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인 상황에서 고객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지금 예약 구매를 하시면 내년 1분기 말에야 인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모델3 생산을 시작한 테슬라는 예약 판매를 진행 중이다. 첫 차량 인도는 내달 가능할 전망이다.
고객들을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상하이 한 도시에만 이미 테슬라 전용 급속충전소인 '수퍼차저 스테이션'은 20여곳 있다. 우리나라 전체에 수퍼차저 스테이션이 24곳과 맞먹는 수준이다.
선씨는 "대부분 수퍼차지 스테이션이 쇼핑몰 지하 주차장에 있다"며 "30분이면 충전이 거의 끝나 고객들은 가볍게 점심을 먹고 돌아와 차를 가져가면 된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테슬라는 격화하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도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을 포함한 많은 글로벌 기업이 고율 관세와 정치 리스크를 피해 동남아 등 제3국으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일이 잇따랐지만 테슬라는 반대로 중국에 크게 베팅을 한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 1월부터 상하이 린강(臨港) 산업구에서 기가팩토리 건설 공사를 시작했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준공에서부터 양산 허가 획득까지 전 과정을 초고속으로 마무리했다.
테슬라 상하이 공장에서는 우선 연간 15만대가량을 생산되며 장기적으로는 50만대까지 생산량이 늘어날 예정이다. 이 공장에는 총 500억 위안(약 8조4천억원)이 투자될 예정이다.
테슬라의 중국 시장 전망은 밝은 편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라서 세계 자동차 메이커들이 명운을 걸고 격돌하고 있다. 대표적인 신에너지 차량인 전기차 시장은 특히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미중 무역전쟁 충격으로 인한 경기 둔화 가속화로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등 신에너지 차량을 포함한 전체 차량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지만 테슬라는 오히려 독주하면서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는 모습이다.
올해 들어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급감함에 따라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히면서 테슬라의 상대적인 경쟁력이 크게 강화된 것이 사업에 결정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테슬라의 올해 1∼9월 중국 시장 자동차 판매액은 23억1천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60.4% 증가했다.
따라서 조만간 미국산보다 가격이 더 낮은 중국산 모델3까지 투입되면 테슬라의 경쟁력은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미중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으로 중국에서 많은 미국 기업이 불안해하고 있지만 대규모 투자를 과감히 단행한 테슬라는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상하이 공장 설립을 공식화한 직후인 지난 1월 머스크 CEO는 중국 권부의 중심인 중난하이(中南海)에 초청받아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환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중국은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Pilot Free Trade Zone) 규모를 배 가까이 키우면서 테슬라 공장이 있는 린강 지역을 포함해 추가 감세의 혜택을 안기는가 하면 테슬라의 전 수입 차종을 취득세 면제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테슬라의 중국 사업을 밀어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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