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브리지 테러 희생자 父 "아들 죽음 정치적 이용 말라"
일간 가디언 추모글…존슨 총리 "수년 전부터 조기 가석방 반대" 해명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최근 런던 브리지에서 발생한 테러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가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런던 브리지 인근에서 발생한 테러로 케임브리지대 졸업생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학원생 잭 메릿(25)은 런던 브리지 북단 피시몽거스 홀에서 케임브리지대학 범죄학과가 주최한 재소자 재활프로그램에 진행자로 참석했다가 변을 당했다.
그는 과거 테러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가 가석방된 우스만 칸(28)이 휘두른 칼에 쓰러졌다.
메릿의 부친인 데이브 메릿은 3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아들에 대한 추모글을 기고했다.
데이브 메릿은 "아들이 살아있었다면 그가 모든 것을 다해 반대하던 증오의 어젠다를 영구화하는데 그의 죽음과 삶이 이용되는데 화를 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잭은 그가 박차고 나간 문을 우리가 걸어가기를 원했을 것"이라며, 아들이 부정기형(不定期刑·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복역 기간만 설정하고 형의 만료 시한을 확정하지 않는 형벌)과 교도소 예산 삭감에 반대하고, 보복 대신에 갱생에 초점을 맞추기를 바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英 런던브리지 테러 '용감한 시민' 중엔 살인 저지른 죄수도 / 연합뉴스 (Yonhapnews)
아울러 나라의 생명선인 공공 서비스를 약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데이브 메릿은 "잭은 인간이 선함을 타고난다고 믿었고, 이를 지키는데 깊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스카이 뉴스에 따르면 그는 전날에는 풀려난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가하겠다고 한 보리스 존슨 총리의 발언을 비판했다.
데이브 메릿은 "내 아들의 죽음, 그와 동료의 사진을 당신의 불쾌한 선전에 이용하지 말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잭은 증오와 분열, 무시 등 당신이 상징하는 모든 것에 반대해왔다"고 강조했다.
데이브 메릿의 발언이 전해지자 존슨 총리는 자신이 비단 이번 테러 때문에 테러리스트에 대한 형량 강화 등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존슨 총리는 "잭 메릿 가족의 아픔에 대해 다른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큰 연민을 가지고 있다"면서도 "나는 수년간 (중대 범죄자들의) 조기 가석방 및 짧은 형량에 대해 반대하는 캠페인을 벌여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런던 시장으로 재직하던 2012년 매니페스토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밝혔고, 총리 취임 직후와 '여왕연설'에서도 같은 내용을 말했었다고 설명했다.
존슨 총리는 "불행하게도 너무 많은 이들이 자동적으로 풀려나 거리로 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테러를 저지른 칸은 2010년 런던 증권거래소 테러 기도 혐의로 체포돼 최소 징역 8년 이상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이를 파기하고 정기형으로 대체하면서 칸은 지난해 12월 가석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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