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삼성·애플 견제하려 '러시아 앱 설치 의무화' 법안 서명

입력 2019-12-03 16:16
푸틴, 삼성·애플 견제하려 '러시아 앱 설치 의무화' 법안 서명

자국 IT기업 지원 의도…일각 '사용자 감시' 저의도 의심

소셜미디어도 '외국대리인' 규정 길 터…"반체제 인사 입막음" 비판 일어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가 자국 기업들이 정보통신(IT) 기기 분야에서 삼성전자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강화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스마트폰, 컴퓨터, 스마트 TV에 러시아산 소프트웨어가 미리 설치되도록 강제하는 법안에 2일(현지시간) 서명했다.

이 법률은 내년 7월 시행에 들어간다.

러시아 소매업체들은 의견수렴이 없었다고 반발했으나 러시아 의회와 푸틴 대통령은 그대로 법제화를 강행했다.

당국은 이 법률로 외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러시아 IT 업체들을 지원하고 러시아 소비자들이 새 기기를 샀을 때 소프트웨어를 내려받는 수고를 덜어줄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현재 러시아의 스마트폰 시장은 미국의 애플, 한국의 삼성, 중국의 화웨이 등 외국 업체들이 지배하고 있다.

이들 스마트폰에는 대체로 자체 앱들이 깔려 있으나 앞으로는 러시아 IT업체가 만든 앱을 의무적으로 깔아야 한다.

러시아 정부는 다른 여러 전자기기마다 미리 설치해야 할 러시아산 소프트웨어의 목록을 따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조치는 최근 수년간 러시아가 인터넷에 대한 규제를 잇따라 강화하는 가운데 나와 주목을 받기도 한다.

의무적으로 설치되는 소프트웨어가 사용자에 대한 감시 도구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앞서 러시아는 검색엔진들에 일부 검색결과를 삭제하도록 하고 메신저 업체들의 경우 암호화된 메시지를 해독하는 장치를 안보당국에 알리도록 했다. 또 소셜미디어가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를 러시아 내에 있는 서버에 저장하도록 하는 법률도 도입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운용하는 법인 뿐 아니라 개인도 외국 정부의 대리인으로 규정해 활동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또 다른 법안에도 서명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법무부는 해외에서 자금을 받아 인터넷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정보를 전파하는 개인들을 외국 기관의 대리인으로 간주할 수 있다.

규제 대상이 되는 해외 자금은 외국, 정부기구, 국제조직, 외국인, 외부 후원을 받는 러시아 법인 등에서 전달되는 돈이나 다른 재산이다.

외국 대행사나 대리인으로 지정되면 1개월 안에 러시아 법인을 설립해 신고해야 하며 모든 출판물에 외국 대리인이 작성했다는 내용을 명기해야 한다.

이번 개정법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국내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정하는 경우 외국 대행사나 대리인들이 개설한 웹사이트를 차단할 수도 있다.

미국 폭스뉴스는 "러시아 정부가 블로거, 언론인, 소셜미디어를 외국 대리인으로 등록할 권한을 얻었다"며 "이번 조치는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체제 비판론자들을 탄압할 수 있어 러시아 내에서 많은 이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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