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서 죽은 고래 배 갈라보니…쓰레기 100㎏ '와르르'

입력 2019-12-03 14:33
수정 2019-12-04 10:06
해안서 죽은 고래 배 갈라보니…쓰레기 100㎏ '와르르'

밧줄, 플라스틱, 그물 등 똘똘 뭉쳐있어 '소화 장애'…해양 쓰레기, 바다 생물 위협 심각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배 속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든 채 죽은 향유고래가 스코틀랜드 해안에서 발견됐다.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스코틀랜드 헤브리디스제도의 러스켄타이어 해변에 수컷 향유고래 한마리가 죽은 채 떠밀려 왔다.사체를 조사한 '스코틀랜드 해변 해양동물 대응계획'(SMASS)은 향유고래의 위에서 '쓰레기' 100㎏이 쏟아져 나왔다고 밝히고, 사체와 쓰레기의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죽은 향유고래의 배에서 나온 쓰레기는 밧줄 뭉치, 그물, 플라스틱 컵, 포장용 끈, 가방, 장갑 등 모두 인간이 버린 물건들이다.

SMASS는 쓰레기가 고래 위에서 '거대한 공'처럼 뭉쳐진 모양이었고, 일부는 장기간 배 속에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우리가 현장에 갔을 때 향유고래는 죽은 지 48시간 정도 지난 상태였으며, 나이프로 위를 가르자 내용물 대부분이 튀어나왔다"고 묘사했다.

향유고래의 몸길이는 14m, 몸무게는 22t이며, 나이는 열 살로 젊은 편이다.

향유고래의 사인과 배 안에 쌓인 쓰레기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화기능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죽은 고래나 돌고래, 거북이 등의 위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는 일이 자주 있지만, 고래의 경우 그 엄청난 양 때문에 이목을 끈다.

올해 3월 필리핀에서 발견된 고래 배에서는 비닐봉지 등 쓰레기 40㎏이 나왔다.

SMASS 대표 앤드루 브라운로 박사는 이메일에서 "이번 향유고래 배 속 쓰레기에서 특이한 건, 순전히 엄청난 양"이라고 강조했다고 NYT가 전했다.

향유고래의 부검을 지켜본 SMASS의 댄 패리는 "이곳은 외딴 섬인데, 이런 해양 쓰레기는 전 세계를 떠다닌다"고 지적했다.

브라운로 박사는 "이번 일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되새기게 하는 암울한 사례"라고 말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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