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브라질에 돌발 관세·프랑스엔 보복관세…한국 영향은?
브라질·아르헨에 환율 개입 이유로 철강 관세 부활…"정치적 결정" 비판론
대선 앞 환율·관세 카드로 무역갈등 확대 가능성…"한국은 상황 달라" 평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환율시장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부과를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기습적으로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 지난해 5월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쿼터제를 조건으로 철강 관세를 면제받은 세 나라 중 하나라는 점에서 갑자기 이들 두 국가를 정조준한 관세 카드가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 대상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이날 프랑스에 대해서도 디지털세를 문제 삼아 보복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관세는 물론 환율 카드까지 총동원해 무역 갈등을 키운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국가안보 위협'을 명분으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미국은 관세를 피하려면 쿼터제를 수용하라고 요구했는데,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는 2015~2017년 철강 완제품 평균 물량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택해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철강 관세를 다시 부과하겠다고 밝혀 이들 두 나라는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트윗 통보' 이후 미 행정부의 설명이 없어 내막을 자세히 알 순 없지만 일단 한국과 이들 두 나라는 상황이 달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에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자국 통화에 대한 막대한 평가절하를 주도하고 있다"며 이 두 나라의 의도적 통화 평가 절하를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환율의 흐름으로 볼 때 급격한 변동이 있지 않았고, 또 인위적으로 환율시장에 개입한다는 의심을 받지도 않아 두 나라와는 차별화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미 행정부에서 한국의 환율을 문제 삼는 듯한 움직임도 없었다는 게 외교소식통의 전언이다.
오히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셈법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미국이 문제 삼는 환율조작국이나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되지도 않은 '정상국가'라 환율을 부당하게 인상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억지라는 평이 주를 이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동의하는 경제학자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두 국가는 경제 성장 둔화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라 환율이 꾸준히 상승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정반대로 추가 상승을 막는 데 고심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맥락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중 무역전쟁의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두 나라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중국이 미국 농산물 수입을 줄이는 대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 수입을 대폭 늘리자 이를 견제하기 위해 관세 카드를 뽑아 들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이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대미 철강 수출의 10배가 넘는 255억달러어치의 콩과 돼지고기 등 농산물을 중국에 수출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가 미국의 대체 공급국이 된 두 나라에 대한 보복에 해당한다고 평가했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두고 농민층 표심을 얻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행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관세 부과 관련 질문에 "(현재 상황이) 우리 제조업자와 농민에게 매우 불공평하다"며 "우리 철강 회사들이 매우 기뻐하고 농민도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에 관세 부과를 재개한 조치가 무역확장법 232조에 정한 절차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과 함께 법률적 공방으로 비화할 경우 미국에 불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미 언론은 이번 조치가 환율과 관세를 연결함으로써 무역전쟁의 새로운 장을 만들었다는 평가도 내렸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환율에 명백히 연결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며 "이는 무역 전쟁에서 환율시장이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국면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달러 강세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연방준비제도를 향해 금리를 더 낮추라고 촉구한 것을 거론한 뒤 "미국이 통화정책을 무기화하는 시대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도 "기존 합의나 정치적 동맹도 미국과의 갑작스러운 무역 분쟁에서 보호받을 수 없음을 보여준다"며 글로벌 무역전쟁을 확대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미 무역대표부(USTR)가 이날 프랑스의 디지털세가 자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란 결론을 내리고 보복 관세 부과에 착수했다고 밝힌 것 역시 내년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발 무역 분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역시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이 어려워지자 미 행정부가 상대국의 불공정 행위를 이유로 보복 조치를 강구할 수 있는 무역법 301조를 활용해 유럽연합(EU)을 겨냥할 수 있다는 미언론의 보도도 나온 바 있다.
물론 한국은 아르헨티나, 브라질, EU와 상황이 달라 철강이나 자동차 부문에서 미국의 보복 대상과 거리가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한 의사결정 방식을 고려할 때 상황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jbry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