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꿈' 베네치아 자치권 획득 또 좌절…주민투표 부결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수상 도시 베네치아가 또다시 자치권 확보에 실패했다.
ANSA 통신에 따르면 베네치아의 행정 구역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가 1일(현지시간) 실시됐으나 절반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투표율은 21.73%에 불과했다. 전체 유권자 20만6천553명 가운데 4만4천887명만 가부 의사를 표현했다.
산마르코광장과 대성당 등 유서 깊은 관광지를 다수 보유한 1천500년 역사의 베네치아는 행정구역상으로 베네치아 메트로폴리탄 시티(광역시)에 속한다.
베네치아 광역시는 크게 118개 섬으로 이뤄진 베네치아와 본토에 있는 메스트레 등 두 지역으로 나뉘는데 베네치아를 메스트레에서 분리해 독자적인 행정권을 부여하느냐가 이번 주민투표의 골자였다.
투표는 베네치아와 메스트레 지역에서 동시에 실시됐으나 주민들의 반응은 이번에도 시원치 않았다.
원래 베네치아와 메스트레는 서로 독립된 지역이었으나,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통치 시절인 1926년 하나로 통합됐다. 부유한 베네치아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본토 주변 지역이 동반 발전하리라는 기대가 바탕에 깔렸다.
베네치아는 이후에도 독립적인 지위를 유지하며 높은 수준의 자치를 누렸으나 1970년대 들어 인구가 역전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베네치아의 '베드타운'으로 기능한 메스트레에 돈과 사람이 몰렸고, 베네치아는 상대적으로 정체 상태에 빠졌다.
그러자 베네치아 주민들을 중심으로 메스트레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발전을 꾀하자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다.
이번 투표는 1979년과 1989년, 1994년, 2003년에 이어 다섯번째 시도된 것이다. 그만큼 베네치아 주민의 오랜 열망이 녹아들어 있다.
베네치아의 자치 찬성론자들은 16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투표를 반드시 성공시키자며 의지를 다졌다.
최근 베네치아 전역을 휩쓴 홍수 사태로 위기에 처한 지역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나면서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기대감이 팽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장장 반세기 가까이 지녀온 자치의 꿈이 이번에 또다시 무산되면서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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