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시청 습격해 경찰과 총격전…21명 사망(종합)
美국경 인근 북부 도시…트럼프 '테러단체 지정' 예고 속 논란 커질 듯
오브라도르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식 '부실 치안' 성난 시위대로 빛바래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윤고은 기자 = 미국 국경에 인접한 멕시코 북부의 한 도시에서 마약 카르텔과 현지 경찰의 대규모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AP·로이터통신 등이 1일(현지시간) 전했다.
멕시코 북부 코아우일라주 당국은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30일 비야우니온 시에서 중무장한 카르텔 조직원들과 총격전을 벌였고, 현재까지 최소 21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비야우니온은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40마일(64km)가량 떨어진 곳이다.
60여 명의 카르텔 조직원들이 무기를 가득 실은 픽업트럭을 타고 비야우니온 시청사에 총알을 퍼붓자, 현지 경찰이 곧바로 대응 사격에 나섰고 총격전은 1시간 반 넘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마약 조직-경찰 총격전에 벌집 된 시청사…최소 21명 사망 / 연합뉴스 (Yonhapnews)
코아우일라주 당국은 "3천명이 거주하는 마을과 시청사를 무장 조직원들이 급습했고, 주 정부와 연방정부 병력을 긴급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갱단 조직원 10명과 현지 경찰 4명이 각각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1일 오전에도 소탕 작전을 이어간 끝에 카르텔 조직원 7명을 추가로 사살했다. 조직원의 픽업트럭 17대도 압수했다.
멕시코에서 마약 카르텔과 관련된 강력사건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언론 인터뷰에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에서 또다시 살벌한 총격전이 벌어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4일 멕시코 북부 국경 지역에서 미국과 멕시코 이중 국적인 모르몬교 신자 여성 3명과 아이 6명이 카르텔의 총격을 받아 무참히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멕시코 역시 마약 카르텔 때문에 골치가 아프지만, 미국이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할 경우 이를 빌미로 미국의 멕시코 국내 문제 개입, 더 나아가 군사 개입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어 현재 좌파 정권이 집권한 멕시코는 "주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터뷰 직후 "협력은 좋지만 간섭은 안 된다"며 선을 그었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또다시 참사가 발생하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외세의 개입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때마침 이날 취임 1주년을 맞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멕시코시티 소칼로 중앙 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어떤 형태의 개입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국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1주년 기념식은 오브라도르 정권의 부실한 치안정책에 성난 수천명의 시위로 빛이 바랬다. 이날 시위에는 야권 정치인들, 지난달 발생한 모르몬교 신자 가족 참사사건의 유족 등이 함께했다.
한 유족은 "우리는 대통령에 항의하는 게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치안경찰에 항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발생한 모르몬교 신자 가족 참사와 그에 앞서 10월 미국에서 수감 중인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의 아들 오비디오 구스만을 놓고 멕시코 도심 한복판에서 치안당국과 갱단 간에 격렬한 총격전이 벌어진 것 등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멕시코 당국은 총격전 이후 불필요한 유혈사태를 막는다는 이유로 결국 오비디오 구스만을 풀어줬다.
지난해 멕시코에서 살인 발생 건수가 기록적인 수치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이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로이터는 "이번 총격전으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더 가열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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