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도심서 反韓 시위…'맞불시위'에 더 많이 참가
'반한 시위 행렬' 에워싸고 '헤이트 스피치' 중단 촉구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수십명 vs(對) 수백명'
올해 12월 들어 첫날인 1일 오후 3시께 도쿄 JR 신주쿠(新宿) 역 앞 광장에서 일본 극우단체들의 혐한·반한(反韓) 집회가 시작됐다.
집회 주최 단체는 '일본의 권리를 지키는 시민 모임' '도고쿠(東國)보수회' '일본국민당' 등으로, 주최 측 참가자는 많아야 20명을 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정벌'(韓國征伐) 등 자극적인 문구를 담은 펼침막과 일제 전범기인 '욱일기'를 내걸고 한국과의 단교를 주장하면서 온갖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극우세력으로 불리는 이들이 이날 선보인 문구 중에는 남북한을 묶어서 비난하는 내용 외에 북한 지도자만을 겨냥해 모욕하는 것도 눈에 띄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납치 돼지(豚)도, 수폭 돼지도 한국민'이라는 비하 표현이었다.
이 문구 아래쪽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작은 사진을 넣어 누구를 타깃으로 한 표현인지 알 수 있게 했다.
집회가 시작되고 나서 경찰로 둘러싸인 극우 인사들의 주변에는 '맞불시위'에 나서는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어림잡아 100명 이상은 돼 보인 맞불 시위자들은 저마다 준비한 핸드마이크(확성기)나 손팻말을 들고 극우 세력의 '혐오성 주장'(헤이트 스피치)에 제동을 걸었다.
이들이 던지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순 명료했다.
민족 등의 차별을 조장하는 발언이나 행동에 반대한다는 것이었다
한 참가자는 '우리들이 차별을 없애지 않으면 차별이 우리 (일본) 사회를 파괴한다'는 문구의 손팻말을 들었다.
다른 참가자는 '차별주의자는 사회의 쓰레기'라고 적힌 팻말을 흔들면서 우익 세력의 움직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냈다.
우익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3시 15분께부터 야스쿠니(靖國)신사 청소봉사회를 이끄는 일본국민당 스즈키 노부유키(鈴木信行) 대표의 얼굴 포스터가 붙은 선전차량을 앞세우고 행인들로 크게 붐비는 신주쿠역 주변 도로에서 1시간가량 반한 시위를 펼쳤다.
선전차량에 탑승한 한 여성은 '닛칸단코'(일한단교) 구호를 반복해 외치면서 한국에 '위안부 날조 중단하고, 독도에서 물러가라'고 주장했다.
아베 정권에는 한국과의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중단하고 한일기본조약도 파기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우익 시위대를 앞뒤로 에워싸고 거리행진을 함께하면서 맞불 시위를 이어간 시민들은 우익들이 '닛칸단코'를 외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더 큰 목소리로 '우소'(うそ)라고 맞받아쳤다.
'우소'는 거짓말이라는 뜻으로, 허튼 주장과 '헤이트 스피치'를 그만하라는 일갈이었다.
신주쿠 거리의 일반 행인들은 상반된 주장을 펴는 양쪽 시위자들의 외침이나 주장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가 하면, 확성기를 이용한 양측 간의 '소음 전투'에 괴로운 듯 얼굴을 찡그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비열한 차별을 지금 당장 그만두라'는 손팻말을 들고 맞불 시위에 참여한 고야나기 시게루(小柳茂·47) 씨는 "우익세력이 혐한 시위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반대의 뜻을 보여주기 위해 왔다"며 "일본 우익의 주장은 국제적인 수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여성은 시위 현장에서 행인들에게 '다양성이 우리 (일본) 사회를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내용의 전단을 나누어 주면서 우익 세력의 반한 집회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parksj@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