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사업 새 기회"…1조원 들인 SK 저유황유 시설 완공 임박
IMO 선박유 황 함유 규제 대응…내년 1월 완공, 3월 상업 생산 예정
정유사들에 호재 평가…SK에너지 저유황유로 추가 이익 3천억원 기대
(울산=연합뉴스) 김영신 기자 = 내년 1월1일부터 선박연료유 황 함유량 상한선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강화하는 국제해사기구(IMO 2020) 규제가 시행된다. 해운 규제중 가장 강력한 규제로 꼽히는 IMO 2020에 따라 저유황유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정체에 빠진 정유사들에 IMO 2020 규제가 새로운 기회다.
국내 최대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이런 시장 환경 변화를 일찍부터 고려, IMO 2020 규제에 대응하는 감압잔사유탈황설비(VRDS)를 2017년 11월부터 짓고 있다. 내년 1월 공사를 마치고 3월부터 상업 생산을 앞뒀다.
지난달 27일 기자단이 방문한 SK 울산콤플렉스(CLX) 내 SK에너지 VRDS 공사 현장은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전체 공정에서 가장 큰 설비인 반응기(리액터·Reactor)를 연관 공정에 연결하는 배관작업, 보온재 설치 등을 하는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SK에너지는 VRDS 설비 공사에 총 1조원을 투자했다. 과거 SK 울산 CLX 내 8만2천㎡ 부지에 설비가 들어선다. VRDS는 2008년 2조원을 투자해 가동을 시작한 제2고도화설비(중질유 촉매분해공정) 이후 SK에너지의 최대 석유사업 프로젝트다.
VRDS 설비는 기존 벙커C유 등 고유황 중질유를 원료로 써서 저유황 중질유, 선박용 경유 등 저유황유를 생산하게 된다. 내년 3월부터 하루 평균 4만 배럴의 저유황유를 나온다.
SK에너지가 생산할 저유황유는 황산화물 배출량이 1t당 3.5㎏로 기존 고유황중유의 황산화물 배출량(24.5㎏)보다 86% 감소한다.
회사에 따르면 이 공사 프로젝트에서 설비를 연결하는 배관만 총 240㎞ 들어갔다. 환산하면 북한산 백운대 높이의 287배에 이르는 길이다. 전기·계장 공사에 들어간 케이블 길이는 1천100㎞로, 서울부터 울산까지 거리의 3배에 달한다.
설치된 장치들의 총 무게는 2만8천t으로 15t짜리 관광버스 1천867대에 맞먹는다. 시공에는 총 33개 업체가 참여했다. 하루 평균 1천300명, 공사가 가장 바빴던 시점에는 3천500명이 투입됐다. 공사가 끝나는 시점인 내년 1월에는 투입 근로자가 누적 88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유황유는 정유사들에 '고부가' 상품이다. 글로벌 선사들이 저유황유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 보니 저유황유 수요가 늘며 가격이 기존 벙커C유 등 고유황 중질유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선박에 부착하는 탈황 설비인 스크러버를 설치한 선박유는 고유황 중질유를 계속 쓰면서 자체적으로 황 함유량을 낮추겠지만, 스크러버 설치는 더딘 추세이기도 하다.
SK에너지는 IMO 2020 규제 초기에 VRDS 가동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완공 시점을 애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겼다. VRDS를 가동하면 매년 2천∼3천억원의 추가 이익이 나며 실적이 개선할 것으로 회사는 전망하고 있다.
조경목 사장은 "VRDS는 친환경 사업을 확장하는 '그린밸런스' 전략을 구체화한 사업"이라며 "최근 유가 변동성과 글로벌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어온 석유 사업에 새로운 성장과 수익 창출을 이끄는 확실한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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