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모두 문닫는 독일의 고민 '핵폐기물 어디에 묻나'
'빅벤 6개' 부피의 치명적 방사성물질 100만년 저장할 후보지 물색
지질학적 요건 충족은 물론 '님비' 어떻게 극복할지가 과제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모든 원자력 발전소의 문을 닫기로 한 독일이 방사성 폐기물을 어디에 영구 보관할지를 고심 중이다.
CNN 방송은 30일(현지시간) 2만8천㎥가 넘는 치명적인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앞으로 100만년 동안 안전하게 묻을 장소를 찾는 것이 독일이 직면한 난제라고 보도했다.
이는 영국 런던의 명물인 빅벤 시계탑 6개를 합친 부피로 컨테이너 2천개에 해당한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을 선언한 독일은 오는 2022년까지 현재 가동 중인 나머지 7개의 원전을 폐쇄하고, 2031년까지 영구적인 핵 폐기장을 찾을 방침이다.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100만년의 기간 동안 가능한 한 최고의 안전과 안정성을 제공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저장소를 찾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현재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각 원전 인근의 임시 시설에 보관 중이다. 폐연료봉의 경우 극도로 뜨겁기 때문에 컨테이너에 담아 우선 냉각할 필요가 있어서다.
그러나 독일 전역에 산재한 수십개의 임시 보관시설은 수십년 정도만 핵 폐기물을 보관하게끔 설계돼 있다고 미란다 슈로이어스 뮌헨공대 교수가 지적했다.
영구적인 핵 폐기장 후보지를 물색하는 국가위원회에 참여 중인 슈로이어스 교수는 "당신이 이러한 폐연료봉이 들어있는 금속 용기를 열면 거의 곧바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영구 저장할 후보지를 선정하는 작업은 기술적, 정치적으로 여러가지 난관을 넘어야 할 전망이다.
우선 보통의 바위 이상으로 단단한 곳이어야 하고, 지하수나 지진의 위협이 없어야 한다고 CNN은 지적했다. 물이 흐르거나 지진이 나면 방사성 폐기물이 누출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슈로이어스 교수는 "지질학적으로 매우 매우 안정적인 곳이어야 한다"며 "독일의 문제는 화강암이 아주 많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큰 난관은 아무도 '앞마당'에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독일은 1977년 당시 동독 국경과 인접한 고어레벤 마을에 영구적인 고준위 폐기물 저장고를 설치하기로 했다가 40년 넘게 주민들의 격렬한 시위에 시달려 뜻을 이루지 못한 바 있다.
지역을 선정한 뒤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오는 2130∼2170년 사이에 폐기장을 최종 봉인하고, 100만년 이상 보관해야 하는 '초장기' 사업이라는 점에서 미래 세대와 소통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CNN에 따르면 이미 독일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들은 지금과는 언어가 완전히 달라져 있을 수천년 뒤의 미래 세대에 핵 폐기물 저장고를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러한 독일의 사례는 전 세계 400개 이상의 원전 중 운전 수명이 다해가는 다수의 발전소에 폐기물 저장 문제의 시급성을 알린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