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상의 "이중 규제 풀어달라"…화학 관련 건의 작년의 4배
'2019 백서' 발간…"한국정부, 작년 123건 건의중 40% 긍정 검토"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국내 화학물질 관련 법률의 이중 규제 문제를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정을 촉구했다.
ECCK는 29일 서울 중구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ECCK 백서 2019' 발간 기자회견을 가졌다.
'ECCK 백서'는 올 한 해 한국 내에서 제기된 20개 업종별 규제 관련 이슈와 이에 대한 건의사항이 담겼다. 올해 건의사항은 총 180개로 작년 123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가장 건의사항이 많은 분야는 헬스케어(34개)였다.
ECCK 헬스케어위원회 줄리엔 샘슨 위원장은 건의가 늘어난 이유에 대해 "한국 경제가 조금씩 둔화하고 있어 유럽 기업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고 한국은 변화의 속도가 더디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지난해 661개, 올해 658개의 임상 연구가 이뤄진 데 반해 한국에서는 작년 318개에서 올해 208개로 임상 연구가 급격히 줄어든 것을 예로 들었다.
특히 화학 분야(31개) 건의 건수는 작년(8개)의 4배 가까이 늘어 두 번째로 많았다.
ECCK 화학위원회 황지섭 위원은 "화학 사고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고, 이에 따라 화학물질 규제 내용이 계속해서 추가되고 있다"며 "규제의 강화 속도도 빠르다"고 호소했다.
그는 화학물질관리법과 산업안전보호법에 따라 비슷한 정보를 환경부와 고용노동부에 대해 중복으로 제출해야 하는 점 등을 지적했다.
황 위원은 그중에서도 "연구개발용 성분은 공개돼선 안 되는 극비 사항"이라며 "신규 물질이 1㎎이라도 들어가 있으면 등록 면제 신청을 위해 성분 제출을 해야 하는데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1t 미만의 연구개발 물질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고 있고 자유롭게 생산할 수 있는데, 한국은 모든 연구개발 물질의 성분을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작성은 유지하되 성분정보 제출 대상과 비공개 심사에서 제외해 달라고 건의했다.
샘슨 위원장 또한 "이중 시험, 이중 인증, 이중 기준 등으로 인한 중복 테스트 작업으로 비용이 올라가고 질도 나빠진다"면서 "글로벌 기준과 조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식품위원회는 천연향료 규제 개선, 보험위원회는 '빚의 대물림' 방지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 자동차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과 자동차 전문수리업의 생계형 적합 업종 지정 문제 등에 대해 발표했다.
ECCK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작년 백서에 담긴 건의사항 123건 중 40%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전체 수용이 17개, 부분 수용 9개, 기조치 23개 등이다.
앞서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ECCK 회장(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은 인사말에서 "올해 초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 이후 한국의 주관 부처로부터 건의사항과 관련된 공식 서면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며 "이번 백서도 한국과 유럽의 건설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EU) 대사는 "한국 수출 전망이 10.3% 줄어들었는데 유럽 수출은 5.1%만 감소했다"며 "한국과 유럽이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CCK는 공식 발간 행사에 앞서 올해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39차례 만남을 갖고 규제 건의사항을 담은 백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달 브뤼셀과 제네바에서도 유럽 기관들을 대상으로 백서 전달식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에도 ECCK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백서를 전달했다.
ECCK에는 현재 360여개의 유럽 및 국내외 기업들을 회원사로 보유하며 약 5만명의 유럽 기업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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