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 시위대 '최후 보루' 이공대 진입해 잔류자 수색
"화염병 등 제거하고, 시위 증거 채집"…수색작업 마치면 봉쇄 해제
홍콩 시위대, 트럼프 '홍콩인권법' 서명 감사 집회 열기로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시위대 '최후의 보루'로 불리는 홍콩이공대에서 대부분의 시위자가 떠난 가운데 28일 홍콩 경찰이 이공대 내로 진입해 잔류 시위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무렵 폭발물 처리반, 정찰팀, 협상팀 등으로 이뤄진 경찰과 소방대, 의료진, 사회복지사, 심리상담사 등 100여 명이 이공대 내로 들어가 시위자를 찾고 있다.
홍콩 시위대는 지난 13일부터 이공대로 집결해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으나, 지난 17일 밤부터 경찰이 이공대를 원천 봉쇄한 후에는 1천100여 명의 시위대가 학교를 탈출하려다가 체포되거나 경찰에 투항했다.
현재 이공대 내에는 20명 미만의 시위자가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들은 경찰의 교내 진입을 우려해 이공대 곳곳의 건물 내에 숨어있다.
지난 26일 이공대 교수들과 의료진 등 50여 명이 7개 팀으로 나뉘어 교내 건물 곳곳을 샅샅이 수색했으나, 단 한명의 여성 시위자만 찾아냈다.
이 시위자는 의식이 불안정한 탈진 상태로 발견됐으나, 학교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했다.
이어 전날에도 이공대 직원 등 100여 명이 수색을 재개해 학교 안을 샅샅이 뒤졌으나, 교내에 남아 있는 시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
이공대 내 한 시위자는 "교내에 남아있는 사람들은 극도의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인해 거식증, 언어장애,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며 "의료진이 교내에 들어왔다고 하지만, 일부는 의료진으로 위장한 폭력조직원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이공대 측은 홍콩 경찰이 이공대 봉쇄를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이틀에 걸친 수색에도 잔류 시위자를 찾지 못하자 전날 오후 경찰의 교내 진입을 허용했다.
경찰은 수색을 통해 찾은 잔류 시위자를 곧바로 체포하지 않고 의료 진단과 치료를 받게 할 방침이다. 다만 시위자의 신상정보를 기록하고, 추후 기소할 권리는 보유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수색에서 시위대가 제조한 화염병이나 위험한 화학물질 등을 제거하고, 시위 증거도 채집할 예정이다.
현재 이공대 내에는 시위대가 만든 화염병과 교내 실험실에서 나온 것으로 보이는 화학물질, 부패한 음식, 쓰레기 등이 곳곳에 남아있으며, 시위대가 곳곳에 지른 불로 인해 상당수 건물이 훼손됐다.
경찰은 이날 수색 작업이 끝나면 지난 17일 밤부터 12일째 이어져 온 이공대 봉쇄를 해제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저녁 홍콩 도심 센트럴 차터가든 공원에서는 이공대 시위자 부모 집회가, 침사추이 지역에서는 이공대 시위자 지지 집회가 각각 열린다.
센트럴 에든버러 광장에서는 미국 의회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홍콩인권법안) 통과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안 서명에 감사의 뜻을 나타내는 집회도 열린다.
지난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한 후 시위대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는 홍콩 경찰은 선거 이전 대부분의 집회를 금지했던 것과 달리 이날 집회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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