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자른 해군장관 "충격적이고 전례없는 개입"…정면충돌

입력 2019-11-28 11:59
트럼프가 자른 해군장관 "충격적이고 전례없는 개입"…정면충돌

WP에 '네이비실 논란' 기고…"트럼프, 윤리적으로 싸운다는 것 의미 이해못해"

"삼지창 핀은 네이비실의 것…미군 99.9%는 언제나 옳은 결정 내릴 것"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범죄 혐의로 기소된 특수부대원을 사면한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가 경질된 리처드 스펜서 전 해군장관이 신문 기고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스펜서 전 장관은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실린 '나는 해군장관에서 해고됐다. 그것을 통해 내가 배운 것이 여기에 있다'는 제목의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군의) 하급심리에 대한 충격적이고 전례가 없는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해군특전단(네이비실) 소속 에드워드 갤러거 중사의 신병 처리를 둘러싸고 자신과 마찰을 빚어온 스펜서를 경질했다.

갤러거 중사는 이라크 파병 당시 민간인을 총으로 쏘고 포로로 잡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전사를 사냥용 칼로 살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으며, 이 중 10대 포로의 시신 옆에서 사진을 찍어 군의 명예를 실추했다는 혐의만 유죄로 인정되고 나머지는 무죄가 선고됐다.

이로 인해 예정된 진급이 취소되고 계급도 강등당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뒤집고 15일 갤러거에 대한 진급을 명령하면서 스펜서를 필두로 한 해군이 반발했다.

스펜서 전 장관은 "보통의 경우 군사재판은 고위 장성들이 관여하지 않을 때 가장 잘 진행된다"며 "지휘부의 영향력 행사를 막는 이러한 시스템은 우리 군과 다른 조직의 차이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좋은 지도자는 진급하고, 나쁜 군인은 퇴출하고, 범죄는 처벌하는 군사재판을 통해 우리는 세계 최강의 해군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강한 것은 최강의 무기를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전문가이기 때문"이라며 "우리 군은 최상의 도덕 규범을 가졌으며 윤리적인 행동은 우리 군을 돋보이게 한다. 나는 1976년 해군에 입대한 후 하루도 이에 대한 믿음을 잃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렇게 미군과 미군의 사법체계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드러내며 글을 시작한 그는 이내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갤러거 중사의 재판이 시작되기도 전에 그의 사건에 개입, 자신에게 두 차례 전화해 구금된 갤러거를 풀어주라고 요구했지만 자신이 거절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갤러거를 사병 막사로 보내라고 명령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그는 갤러거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해군의 징계심사는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는 점을 언급한 뒤 갤러거가 자발적으로 전역서를 제출했지만, 과연 그가 네이비실의 삼지창 핀(Trident Pin)을 단 채 명예롭게 전역해도 되는지, 그 과정에서 계급을 강등하지 않아도 되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고 밝혔다.

스펜서는 이러한 이유로 지난 14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갤러거에 대한 해군의 징계심사에 더는 개입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했지만, 바로 다음날 거절 통보를 받았다. 그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갤러거의 강등된 계급을 복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스펜서는 "군에 복무한다는 것, 윤리적으로 싸운다는 것, 군복이 의미하는 규칙과 관례에 따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대통령이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스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에도 갤러거에 대한 해군의 징계심사가 계속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해군 당국은 사면이 발표된 후인 20일 갤러거에게 다음 달 2일 네이비실 소속 동료 군인 4명으로 구성된 심의회가 해당 사건을 재검토하고 네이비실 자격 박탈 여부를 심사하겠다는 일정을 통보했다.

그는 "삼지창 핀은 네이비실의 것이지, 해군장군도 국방장관도 심지어 대통령도 이를 관할할 수 없다"면서 "네이비실 동료들이 갤러거의 잔류를 결정하면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징계심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에 매 단계 보고하지는 않았으며, 돌이켜보면 이는 자신의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결국 그는 보고체계를 위반했다는 등의 이유로 그로부터 사흘 후 경질됐다.

스펜서는 "남은 것은 역사"라며 "사람들은 우리가 건강한 군 조직을 위해 광범위한 심사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우리는 다시는 이번과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계속해서 심사과정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군의 99.9%는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사실"이라면서 "우리의 동맹은 우리가 선의의 군으로 남을 것임을 알아야 하며, 우리가 지금의 시간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군의 명예를 강조한 스펜서의 공개발언에도 이날 해군은 또다시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토마슨 몰디 해군장관대행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갤러거 중사 외에 네이비실에서 축출 위기에 처한 3명의 대원에 대한 심사를 철회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들 3명은 갤러거 사건과 관련해 갤러거를 도운 혐의로 함께 조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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