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 연합국 정상 암살 막은 옛 소련 스파이 바르타냔 별세

입력 2019-11-28 11:31
2차대전 연합국 정상 암살 막은 옛 소련 스파이 바르타냔 별세

'부부스파이'로 전설적 활약…크렘린궁 "인류 역사에 자취 남긴 영웅"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윈스턴 처칠,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오시프 스탈린 등 제2차 세계대전 연합국 3국 정상을 암살하려는 독일 나치의 음모를 막아 '역사를 바꾼' 옛 소련의 전설적인 여성 스파이 고아르 바르타냔이 별세했다고 BBC·CNN방송 등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93세.

러시아 국영 통신 리아노보스티에 따르면 바르타냔은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으며 모스크바에 있는 트로예쿠로프스코예 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바르타냔은 남편 게보르크 바르타냔과 함께 옛 소련 정보기관에서 '부부 스파이'로 활동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의 가장 큰 공적은 1943년 12월 이란 테헤란 회담에 참석한 처칠, 루스벨트, 스탈린 등 연합국의 세 지도자를 제거하려는 나치의 음모를 사전 파악해 이를 막은 것이다.

'작전명 롱 점프'라는 이름의 이 암살 계획의 배후로는 오스트리아 출생 나치 지휘관인 오토 스코르체니가 지목됐으나 스코르체니는 훗날 회고록에서 이런 계획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2년 별세한 남편 게보르크는 이러한 공적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소비에트 연방의 영웅'상을 받았다. 2012년 그가 숨지자 당시 총리였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1926년 당시 소비에트 연방이었던 아르메니아에서 태어난 고아르는 1930년대 이란으로 이주했다. 그는 16세 때 반파시즘 조직에 가담한 것을 계기로 이 단체를 이끌고 있던 게보르크와 인연을 맺었다.

두 사람은 이후 수백명의 나치 요원을 찾아냈다.

두 사람은 1951년 소비에트 연방으로 이주했으며 1956~1986년 해외에서 각각 '아니타'와 '안리'라는 가명을 쓰며 위장 스파이 활동을 했다.

고아르의 별세 소식이 전해지자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들 부부는 "인류 역사에 자취를 남긴 이들"이라고 평가하며, "게보르크가 소비에트 연방의 영웅이라면 고어는 남편이 거둔 모든 성취물의 영웅"이라며 조의를 표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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