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관표 주일대사 "과거사 논란, 이전 입장 부인 日 정치인 탓"
日 '내외정세조사회' 초청강연…"이제 대화의 시간…더 진지하게 대화해야"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남관표 주일대사는 27일 "일본 내 중요 위치에 있는 일부 정치인들이 역대 일본 정부가 표명했던 공식 입장과 다른 입장을 표명하거나, 언행이나 행보를 통해 한국에 상처를 주어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이 과거사 문제가 계속 논란이 되는 배경의 하나로 진단했다.
남 대사는 이날 일본 지지(時事)통신 계열인 '내외정세조사회'가 도쿄 그랜드프린스호텔 신다카나와에서 주최한 전국간담회에 연사로 초청돼 '한일 관계를 과거에서 미래로'란 주제로 강연했다.
남 대사는 이 강연에서 양국이 과거사를 정리한 훌륭한 자산이 있음에도 정치·외교적으로 계속 문제가 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봐야 한다면서 그중 하나로 '일부 정치인들'의 잘못된 과거사 인식과 엇나간 행보를 거론했다.
남 대사는 '일부 정치인들'이란 표현을 쓰면서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지만 거론 대상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를 비롯한 현 일본 집권 세력을 의미하는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남 대사는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에 부담 요인이 되고 있지만, 양국 간에는 관계가 어려울 때도 기반이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하는 협력 자산이 존재한다"면서 그 자산으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1995), '김대중-오부치 선언'(1998),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한 '간 나오토 담화'(2010년)를 열거했다.
남 대사는 과거사 문제가 반복되면서 '과거사 피로'로 지칭하는 경향도 있다면서 "정부 차원의 역사 인식 문제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역대 양국 정부가 지혜를 모아 구축한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존중해 현명하게 관리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일제 징용의 강제성이나 위안부 모집에 대한 관원(官員) 개입 등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이른바 '역사수정주의'를 좇는 아베 정권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 일본 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남 대사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불법·위법한 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한 개인 차원의 배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들었다.
그는 "과거사 처리 과정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아 위안부, 원폭 피해자,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가 이어진 것"이라며 이런 문제들이 양국 관계를 더는 악화시키지 않도록 이제는 전반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가 됐다고 지적했다.
남 대사는 이어 "한국 정부는 대일 외교에서 과거사 문제와 실질적 협력을 분리하는 '투트랙 전략'을 견지하고 있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 정상이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셔틀외교의 복원을 강조하는 것도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남 대사는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정지통보 효력 정지 결정 등으로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만들어졌다면서 "이제는 대화의 시간이다. 이제부터 양국 정부는 현안의 본격적인 해결을 향해 더욱 진지한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 간 협의의 축적을 통해 올 12월 말 중국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이 성사돼 양국이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일 대립의 근간이 되는 과거사는 "바꿀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정부의 조치나 법원의 판결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는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인식차가 있는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 전반을 흔들게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라며 "대화와 소통을 통해 과거사 문제를 차분하게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남 대사는 "과거사를 놓고 서로 다툴 것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을 찾아내고 교훈을 배우는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한다"며 이를 통해 한일 양국의 미래 세대들이 현명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강연 후 이어진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慶應)대 명예교수와의 대담에서 작년 10월 한국대법원의 징용 피해 배상 판결 이후 한국 정부가 사태 해결을 위한 움직임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와 정부 간의 문제로 하기 전에 소송 당사자 간의 문제로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해 왔다"며 그런 노력의 결과가 한일 기업의 출연으로 '1+1' 기금을 만들자는 안이었다고 설명했다.
남 대사는 "이 문제 해결에 있어 (어느 한쪽의) 양보나 타협이 아니라 함께 두 당사자를 모두 만족시키면서 양국이 기존 입장을 훼손하지 않는 틀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 한국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한일 지소미아 외교전 승자는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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