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꿈의 직장'은 옛말…"노사 갈등 한계점에 도달"
직원 4명 해고 두고 대립…'회사가 비판자 억압' vs '보안규정 위반'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회사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통하던 구글에서 직원과 회사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CNN 방송은 26일(현지시간) "구글과 직원 간 갈등이 한계점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구글은 수년간 직장인들에게 이상적인 일터를 상징했다.
공짜 식사와 사무실 내 미끄럼틀, 직장 내 보육, 투명성 등 직장인들이 선망하는 혜택과 정책으로 일터 문화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직원들의 반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전혀 다른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구글은 25일 회사 데이터 보안 규정을 위반했다며 직원 4명을 해고했다.
그러나 회사 일각에서는 구글이 비판론자들을 억압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해고된 직원 4명 중 일부는 구글이 미 세관국경보호국(CBP)과 일한다는 사실을 폭로한 뒤 민감한 정보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휴직 처분을 받았다.
구글 직원 200여 명은 최근 항의 집회를 열고 이들의 복직 등을 요구했다.
이 집회를 주도한 구글 소프트웨어 기술자 암 가버는 트위터에 "'구글이 국경에서 아이들을 가두는 일 등을 돕고 있느냐'고 질문했다는 이유로 구글이 내 동료 4명을 방금 해고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그들은 공개된 정보를 찾아내 동료들에게 그 끔찍한 소식을 알렸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항의 시위를 조직한 직원들은 성명을 내고 "구글이 해고를 통해 (법으로) 보호되는 결사(結社)에 관여한 직원들에 대한 불법적 보복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는 정보기술(IT) 업계판 전형적인 노조 파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구글은 직원 4명이 금지된 정보에 접근해 해고했다고 밝혔다.
정상적인 업무 수행 과정에서 다른 직원들의 업무 스케줄이나 문서를 본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다른 직원들의 문서와 업무 내용을 뒤졌다는 설명이다.
구글은 최근 몇 년 새 다양한 이슈로 내부 직원들의 반발에 부딪혀왔다.
성희롱·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임원의 신병 처리 문제, 군과의 공동사업, 중국의 검열 체계에 맞춰 설계된 검색엔진 개발 등을 놓고 직원들은 문제를 제기했다.
CNN은 "구글과 일반 구성원들 간의 늘어나는 마찰은 수년간 세상에서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 중 하나였던 회사에는 전환점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이 최근 반(反)노조 활동에 관여한 컨설팅 업체를 고용했다는 보도도 꿈의 직장으로 알려진 이 회사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정치적 사안에 목소리를 높이는 직원들이 늘어나는 상황에 적응하느라 고전하는 회사는 구글만이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페이스북 일부 직원은 회사의 정치광고에 대한 입장에 반대했고, 아마존 직원들은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에게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주문하는 파업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세일즈포스 직원들은 경영진에게 편지를 보내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의 사업 계약을 끝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조지워싱턴대 경영학 교수 제임스 베일리는 구글 같은 회사에 대해 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임무를 갖고 있다는 통념이 있다면서 "구글의 최근 행보는 이 회사가 '기술'의 존재 이유를 위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에게 환멸을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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