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만의 최강 지진에 알바니아 23명 사망·650명 부상
매몰자 많아 사망자 늘듯…정부 27일 '애도의 날' 지정
새벽에 발생해 피해 커…지진 반복에 약해진 건물기초도 악재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유럽 발칸반도에 위치한 알바니아에서 26일(현지시간) 수십 년 사이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시간이 갈수록 사상자 보고가 잇따르며 현재까지 최소 23명이 숨지고, 65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새벽 규모 6.4의 강진이 강타하고 지나간 뒤 알바니아 곳곳에선 구조대원은 물론 주민들까지 모두 나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생존자를 구조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알바니아는 크고 작은 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지역으로, 지난 9월에도 규모 5.8의 강진이 일어나 수십 명이 다치고 주택 수백여채가 파손됐다.
알바니아 정부는 당시 "30년 만의 최강 지진"이라고 밝혔으나 두 달 만에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 지진은 특히 대부분이 잠을 자는 새벽 4시께에 발생해 피해가 컸다. 여진도 250여차례나 발생했으며 2차례는 규모가 5.0에 이르는 강진이었다고 정부 당국은 밝혔다.
반복된 지진으로 건물 기초가 약해진 것도 피해를 키웠다. 두 달 전 발생한 지진도 같은 지역에서 일어났다.
올타 샤카 국방장관은 "600여명이 다쳐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으나 주민들은 여전히 매몰자가 많다며 사망자 수가 예상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지진 직후 알리르 메타 알바니아 대통령은 진앙에서 가까워 피해가 컸던 투마니를 찾은 뒤 트위터에 "최소한의 손실로 이번 사태를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또 구조대원들에게 "건물 잔해에 깔린 모든 인명을 구조해달라"고 당부하고 부상자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진앙에서 가까운 또 다른 지역인 서부 두러스에선 잔해 속에서 사체 13구가 발견됐다.
또 7층짜리 호텔 건물이 무너졌으며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도 전부 건물 아래 깔렸다.
두러스 외곽에 있는 건물도 상당수 파손되면서 길거리는 떨어져 내린 콘크리트 잔해와 벽돌로 뒤덮였다.
투마니의 아파트 건물 2동이 무너진 현장에선 모자를 포함, 7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진은 이날 새벽 3시 54분께 수도 티라나에서 서쪽으로 19마일(30㎞) 떨어진, 아드리아해 인근에서 발생했다. 티라나의 인구는 90만명에 이른다.
지진 발생 직후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과 사진에는 주민들이 무너진 건물 아래 깔린 이들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돌무더기를 해치는 아비규환의 참상이 고스란히 담겼다.
한 영상에선 어둠 속에서 여러 명이 매달려 잔해에 깔려 울부짖는 아이를 꺼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보인다.
두레에서 35마일(56㎞) 떨어진 엘바산에 사는 한 주민은 3층짜리 주택이 무너져 주민들이 갇혔다며 "나가려고 울부짖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목숨을 구한 주민들도 졸지에 갈 곳 없는 신세가 됐다.
한 티라나 주민은 자신의 집이 "살 수 없는 곳"이 됐다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한 두러스 주민은 "일부는 길에서, 일부는 차에 있다"며 "그래도 주위를 둘러보면 살아있어 다행이다 싶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극적인 구조 소식이 전해지며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두러스와 투마니에선 45명이 구조됐다. 투마니에서도 지진 발생 4시간이 지난 뒤 2명이 구조됐다. 하지만 구조된 사람 중 일부는 상태가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인 알바니아의 피해 소식에 주변 국가들은 발 빠르게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몬테네그로와 세르비아는 구조대를 파견했으며 코소보, 루마니아, 이탈리아, 그리스 등도 응급구조대를 보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현장에 투입돼 구조활동 중이다. 프랑스, 터키 등도 특수병력을 파병했다.
독일,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알바니아 정부에 지원 의사를 전했다고 밝혔다.
알바니아 정부는 27일을 피해자를 위한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추모의 뜻을 담아 조기를 걸기로 했다.
또 학교는 휴교하고 28~29일 이틀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알바니아축구연맹은 이번 주 예정됐던 모든 경기 일정을 취소했으며 알바니아계 인구가 다수인 이웃국가 코소보도 27일을 애도의 날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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