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 '법률검토' 진입…美하원 법사위 내달 4일 청문회(종합)

입력 2019-11-27 09:31
수정 2019-11-27 13:19
트럼프 탄핵 '법률검토' 진입…美하원 법사위 내달 4일 청문회(종합)

탄핵소추안 작성할 법사위 주도…법사위원장, 트럼프에 '참가 요청' 서한

"트럼프, 지난주 클린턴의 전략가 만나 탄핵 관련 조언 들었다"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임주영 특파원 윤고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탄핵 논의가 증언·증거를 모으는 조사 단계에서 탄핵 혐의를 판단하는 수순으로 진입,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AP와 블룸버그 통신, CNN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하원 법사위는 내달 4일 오전 10시에 대통령 탄핵의 헌법적 근거에 대한 공개 청문회를 열 계획이라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청문회에는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외압 의혹과 관련, 그의 행적에 헌법상 탄핵 사유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헌법학자 등 전문가 증인들이 나와 증언할 예정이다.

하원을 이끄는 민주당이 정보위와 외교위, 정부감독개혁위 등 3개 상임위를 동원해 탄핵 조사를 해온 가운데 지난 2주간 열린 공개 청문회에 이어 이제는 탄핵소추안 작성 주체인 법사위가 바통을 넘겨받아 추가 청문회를 여는 것이어서 탄핵 정국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모양새다.



민주당 보좌관들은 법사위의 첫 청문회는 탄핵 사유와 관련한 법적 문제를 검토하는 청문회가 될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기된 의혹의 심각성과 증거도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탄핵 절차상 하원에서 조사를 진행한 후 그 결과를 토대로 법사위가 탄핵소추안을 작성한다. 본회의에서 과반 찬성으로 의결하면 상원으로 넘어간다.

헌법이 정한 탄핵소추 과정은 형사법 체계상 기소(형사소추) 과정과 유사하다.

미 헌법상 공직자 탄핵심판 권한은 상원이 가진다. 다만 탄핵심판은 대법원장이 주재한다. 즉 하원은 검사, 상원은 배심원, 대법원장은 판사 역할을 나눠 맡는 형태다.

그간 하원 정보위 등 3개 위원회가 수사를 해왔다면 이제는 법사위가 법적 판단에 들어가 '공소장' 역할을 할 탄핵소추안을 작성하게 된다.

미 대통령은 반역죄, 뇌물죄, 또는 그 밖의 중대한 범죄 및 경범죄로 인해 탄핵당하면 면직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지렛대 삼아 정적이자 민주당 대선경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제럴드 내들러 법사위원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내달 청문회 개최 사실을 알리면서 대통령을 청문회에 '초청'했다.

그는 "위원회는 대통령에게 제기된 의혹과 관련해 탄핵소추 권한을 행사할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며 내달 1일 오후 6시까지 트럼프 본인이나 변호인이 청문회에 참여할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러한 하원의 초청에 응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의 변호사들은 공개청문회에 나온 전문가들에게 질문할 기회를 얻게 된다.

내들러 위원장은 "위원회가 헌법상의 의무를 이행함에 따라 귀하가 탄핵조사에 참여할 것을 고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과거 하원의 청문회 전례를 보면 대통령이나 그의 변호사에게 청문회 참여 기회를 준 것은 그것이 그들의 권리이기 때문이 아니라 특권이나 호의로 준 것"이라면서 "만약 귀하가 계속해서 청문회에 필요한 증인과 자료의 제공을 거부한다면 이 같은 참여 기회를 축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백악관은 하원의 초청에 즉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은 그간 대통령의 법률팀이 하원의 탄핵조사 과정에 참여하기는커녕 어떠한 대응도 피해왔다며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법사위 관계자들은 이제까지 증언을 거부한 증인들의 소환을 추진할 것인지와 관련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내들러 측 보좌관들은 법사위가 추가 청문회 일정을 잡을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은 전날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이번 주 추수감사절 휴일과 휴회가 끝나고 의원들이 복귀하는 내달 3일께 조사 보고서를 법사위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하원 민주당은 9월 24일 탄핵 추진을 위한 조사 착수를 발표한 후 그동안 증언을 청취하고 관련 증거를 검토했다. 또 13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공개 청문회를 열었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자신에 앞서 탄핵 위기에 처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원이자 정치전략가였던 마크 펜을 만났다고 CNN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마크 펜스 부통령 등과 함께 펜을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펜은 여론조사 데이터를 살펴보고 탄핵과 관련한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탄핵 과정의 매 국면마다 대응하지는 말 것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탄핵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워싱턴에 머물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대통령 직무에 집중했던 방식을 따르라고 조언했다.

펜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소개한 대통령의 친구이자 전 뉴욕시의회 의장인 앤드루 스테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펜의 설명과 조언을 경청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펜의 충고를 따를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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